▲ 강석만 대전시치과의사회 회장 |
대전 시회는 하루아침에 단체내의 구성원들의 자유 광고를 막아 회원들 간의 공정한 경쟁행위를 방해한 아주 몹쓸 불공정한 집단으로 매도되어 버렸다. 그 속사정은 이러했다. 누구나 신규 개원을 하게 되면 자기 자신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인지라 언론사나 광고업자의 이런저런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상태가 된다. 만약 광고를 완전히 자유롭게 허용하게 되면 광고란 이미 자리를 잡은 기성세대가 축적된 거액의 자금과 다양한 인맥을 동원해 더 큰 광고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것이다. 개업 초년의 치과의원들에게는 그 비용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불요불급한 광고비용을 줄여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고자하는 목적으로 1999년 3월 대전시 치과의사회 대의원 총회의 의결을 근거로 대전 시회의 내규는 대부분의 광고를 자율규제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해 의료법의 개정 내용이 광고를 일부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뀜에 따라 그 틈을 파고든 박 모, 최 모 두명의 의사가 대전 시회의 내규가 표시광고 제한행위를 하고 있다고 공정거래 위원회에 제소했다.
그 결과 대전 시회는 완패를 당해 지체 없이 광고지침을 의료법에 맞게 개정했다(다행히도 5억의 과징금은 선고되지 않았다). 그 최종 결과는 대전의 시내버스ㆍ택시ㆍ지하철 등의 온갖 대중교통수단이 '양악수술 전격 합류!','양악 아름다운 얼굴', '임플란트 어디서 하니?' 따위의 낯간지러운 병의원 광고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 의료인들은 은자 몇 닢에 눈이 멀어 스스로 의료인의 품위를 내던지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데 이게 과연 정의가 샘물처럼 흘러넘치고 자유로운 공정경쟁이 보장된 아름다운 사회인지 의문이다. 그 후로도 대전 시회는 최근까지 두 서너 차례 더 자유경쟁(?) 보장을 위한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다. 이만하면 우리 사회도 아주 투명하고 공정 경쟁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더구나 의료가 공공재가 아닌 단순 상행위로 치환될 수 있다는 발상에 접근이 가능해졌다.
과징금 5억원을 물린 공정거래위원회의 판결로 우리 사회는 시민의 건강이야 어찌되든 간에 가격 파괴를 위한 경쟁만 치열하면 다 용서가 되는 '끝장 대결'까지 가능한 무한경쟁 체계를 갖추게 됐다. 며칠 뒤에 대전 협회를 제소한 120여개의 치과를 소유했던 장본인은 공업용 과산화수소수를 미백치료에 사용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덕분에 대전 시회 홈페이지에는 공정위의 어이없는 판결에 항의하기위한 정부 제3청사 앞에서의 1인 시위 지원자가 쇄도해 자유경쟁이 활발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공정거래위원회 만만세!'가 아닐는지…. 공정거래란 신자유주의 일반 기업체엔 꼭필요한 명칭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하고, 상업 행위가 난무해서는 안되는 의료계에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는 판단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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