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선]제 발 저리는 그들

[직선곡선]고미선 편집부 차장

▲ 고미선 편집부 차장

어느 날 페르시아 왕의 보물창고에 도둑이 들었다. 왕은 당시에 최고 명탐정이었던 카스코디를 불러 도둑을 잡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카스코디는 페르시아의 모든 전과자들을 불러들여 일렬로 세운 후 한 명씩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누가 범인인지 알았다.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 전과자들이 모두 돌아서서 집으로 가려고 하는 순간 카스코디가 버럭 소리를 쳤다. “왕의 보물창고에 침입한 거기 너! 누가 너도 가도 좋다고 했느냐!” 그 말을 들은 진짜 도둑이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았다. -탈무드 中-

항상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 만은 아니겠지만 카스코디의 혜안이 필요한 순간이 현실속에도 존재한다.

2008년 8세 나영이를 성폭행하고 신체기능을 훼손시켜 온 국민을 분노케 했던 조두순 사건이 있었다. '술에 취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을 펴 무기징역에서 최종 12년형으로 감형을 받았던 그 사건을 접하면서 술을 먹고 저지른 범죄에 대한 법의 관대한 판결을 비난했었고 일이 터지면 그때만 욱하는 감정뿐인 사회적 공감대를 원망했었다.

술을 마신다는 것은 '나는 오늘 제정신이 아니므로 무슨일을 저지를지 모릅니다'라는 암묵적 탈자아(?)의 선언을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음주의 정의를 내렸을 만큼 나영이 사건은 분노에 치를 떨었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경남 통영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더군다나 이번 용의자는 피해 아동의 집과 100여m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이웃 주민이란다. 성폭력 전과 12범이 자신의 아이와 한동네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느 부모가 다리를 펴고 잠을 잘 수 있을까?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50%에 달한다. 전자발찌 착용과 인터넷 신상정보 공개가 시행되고 있지만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성범죄자알림e 사이트( http://www.sexoffender.go.kr/)에 접속해 우리 동네에는 성범죄자가 없는 지 검색해 보았다. 성범죄자알림e는 2010년 1월 1일 이후의 성범죄자와 인터넷 열람 명령을 받은 자들의 신상정보만을 공개하기 때문에 '도둑이 제 발 저리게'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과거의 성범죄 전과에 대해서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공소시효 배제'에 이어 '화학적 거세'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성범죄자에 관대한 우리 사회가 제2, 제3의 나영이를 만들고 있으며 통영의 어린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고미선ㆍ편집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