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이사회가 열리는 20일 새벽부터 회의장 주변에는 서 총장 계약해지를 지지하는 KAIST 총학생회 소속 학생 50여 학생과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30여명이 서남표 총장의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해임을 촉구했다.
사진제공=KAIST신문 |
KAIST 이사회는 2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서남표 총장 계약해지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이사회가 열리기 전 오명 이사장과 서남표 총장이 만나 '서 총장의 거취를 이사장에게 위임하겠다'라는 뜻을 밝혀 계약해지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명 이사장과 서남표 총장은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9시까지 90분 동안 대화를 통해 총장의 거취와 관련해 총장의 자율에 맡기고 앞으로 후임 총장을 함께 선임한다는 것 등에 논의했다.
하지만, 이사회가 끝나고서 '서 총장의 거취를 이사장에게 위임'했다는 것에 대해 양측의 해석에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돼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권위임' VS '위임이란 표현은 없었다'=KAIST 이사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서남표 총장이 이사장에게 전권을 위임함에 따라 KAIST 이사장은 이와 관련한 내용(KAIST 정상화 및 발전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 내에 소위원회를 구성ㆍ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소위원회는 이사 4~5인으로 구성, 앞으로 약 1~2개월간 운영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사회는 서 총장이 모든 권한을 이사장에게 넘김에 따라 퇴진은 사실상 확정됐고, 방식과 시기 등의 합의만 남았다는 게 이사회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KAIST 서 총장 측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서 총장 측은 이사회 직전 이사장과의 대화 과정에선 '위임'이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이사회에서 서 총장은 “위임을 하겠다는 표현인가요?”라는 이사들의 질문에 이미 이사회 직전 이사장과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라고 답변했다.
모 이사가 '자진사퇴로 봐도 된다'고 언급한 것은 발언자의 사견이며, 이사장과 총장이 뜻을 같이한 내용과 다르다며 전권위임과 자진사퇴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다른 진실게임이 시작되나?=특허공방 등으로 학내 진실게임을 벌이던 KAIST가 이날 이사회 결정으로 또 다른 진실게임 수렁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사회 대변인인 곽재원 이사는 “학내 상황에 대한 수습방안이 결정되면 다음 이사회를 소집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한두 달 내에 거취 등을 다루는 다음 이사회가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 이사는 “이러한 내용은 서 총장이 남은 임기 2년을 채우지 않는 것(조기 퇴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라고 못박았다.
이사회가 KAIST 정상화와 발전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소위원회를 구성, 1~2개월 활동하겠다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서 총장측은 “현재 학교 개혁 및 거취와 관련한 서 총장의 소신과 원칙에 이사장이 뜻을 같이해 줬다. 앞으로 학교 발전 방안 및 학내 문제 해결방식에 대해서도 의견일치를 봤다”는 말로 서 총장의 자진사퇴 및 해임과 관련한 어떠한 논의나 결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사회 결과에 대해 KAIST 교수협의회는 “ '길지 않은'시간 내에 자진사퇴를 하는 조건으로 이사회에서 계약해진 건 상정을 유예한 것이다”고 밝히고 이사회의 결정은 마지막으로 총장에게 명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열어준 것이라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어 “이날 이사회에서 가결될 수 있었던 계약해지도 유예기간이 3개월이다”라는 말로 '길지 않은' 시간은 3개월 이내이며, 이 기간 서 총장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은남 기자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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