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공조 노조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의 최대주주인 비스테온이 추진 중인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 국민연금공단이 참여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한라공조의 지분을 약 70% 보유하고 있는 비스테온이 한라공조의 상장 폐지를 위해서는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라공조의 지분 7.8%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최종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
비스테온이 지난 5일부터 24일까지 20일간 한라공조의 기존 주주들로부터 공개매수 청약을 받기로 함에 따라, 국민연금은 공개매수 참여 여부를 23일 내부적으로 최종결정을 내리고, 24일 공식적인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공공기관인 국민연금이 공개매수 참여를 통한 이익 챙기기보다는, '국부 기술 유출'이라는 논란 등이 불거짐에 따라 사회적인 책임에 더 무게감을 두고 비스테온의 공개매수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증권가에 따르면 비스테온이 한라공조의 상장을 폐지하면 M&A 가치는 올라가게 되고, 한라공조를 가장 높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기업은 중국의 자동차 업체다. 한라공조에는 현대차 기술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만일 중국 기업이 한라공조를 사면 한국 자동차 업체를 빠르게 따라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국민연금이 공개매수 참여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또 비스테온의 공개매수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비스테온이 상장폐지를 공시한 지난 5일 이후 한라공조의 주가도 급락했다.
한라공조 주가는 지난 5일 2만7850원에서 20일 2만5550원으로 보름 동안 무려 8% 이상 떨어졌다. 이는 국부 기술 유출 논란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한편, 한라공조는 국내는 물론 북미와 유럽, 아시아 지역에 13개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 에어컨ㆍ히터시스템 전문기업이다.
1986년에 설립된 한라공조는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해 자동차 공조분야의 독자적인 기술기반을 확보했으며, 기술 및 품질 수준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라공조의 전 임직원 수는 약 6400명에 이른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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