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천해수욕장 해변에 버려진 쓰레기. |
지난 20일 대천해수욕장은 제7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렸던 주중과 달리 화창한 날씨 속에 수많은 피서객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피서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고 있는 것은 해변에 버려진 각종 쓰레기와 술에 취해 비틀대는 취객들의 모습이다.
이날 밤 해변에 즐비하게 자리한 피서객들 사이로 버려진 각종 쓰레기는 한 눈에 봐도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각종 주류 및 음료수 캔들과 먹다 버린 치킨 조각에 부탄가스통, 돗자리 등 피서용품들이 뒤엉켜 있었다.
이렇게 버려진 쓰레기는 밤 사이 모래에 파묻혀, 환경미화원들이 청소를 하기에도 적잖이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버려진 쓰레기의 주범은 다름 아닌 피서객들이다. 백사장에서는 음주 후 쓰레기를 수거해가지 않고 자리를 뜨는 피서객들이 쉽게 목격된다. 아예 가방에 든 쓰레기들까지 대놓고 버리고 가는 얌체족들도 있었다.
보령시에 따르면 최근 이렇게 대천해수욕장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하루 평균 7~8t에 달하고 있다.
해변의 백사장에서는 취객들로 인한 피서객 간 시비와 위험천만한 현장도 빈번했다.
백사장 곳곳에서 벌어진 술자리에서는 음주 후 바닷물에 들어가려는 위험한 행동도 자주 일어난다.
이날도 게임을 함께 하던 십여명의 남녀가 벌칙을 수행하려는 듯 술에 취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바닷물에 뛰어드려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들을 발견한 태안해경의 해안순찰차가 다가서자 일행 대부분이 머뭇거렸지만 끝내는 바닷물에 몸을 던졌다 나오는 남성도 있었다.
또 해변에서는 젊은 남녀들간의 '급만남'이 여러 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한켠에서 술에 취한 외국인 남성의 도를 넘은 행위가 일어나자 여성이 욕설을 해댔고 일행간에는 고성이 오갔다. 이를 본 한국인 남성들의 가세로 외국인 남성들과의 몸싸움도 벌어지기도 했다.
지나가는 피서객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시비를 거는 취객도 있었다. 이런 취객들의 행패는 가족 단위의 피서객들에게 대천해수욕장을 다시 찾는 것을 꺼리게했다.
가족과 함께 찾은 김성민(42ㆍ천안)씨는 “취객들의 볼썽사나운 행동에 아이들에게는 차마 못 볼 꼴도 보여주고 있다”며 “경포대처럼 백사장에서의 음주 금지나 별도의 제한된 음주 구역을 설정해 다른 피서객들이 피해를 안보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관련 법적 근거가 없어 음주 금지나 제한 구역설치는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관할 해수욕장들의 청정관리 및 피서객들의 재방문 등을 위해 고려하고는 있다”고 전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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