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국]텃밭을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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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국]텃밭을 기억하십니까?

[세설]조종국 서예가ㆍ전 대전시의회 의장

  • 승인 2012-07-18 14:13
  • 신문게재 2012-07-19 21면
  • 조종국 서예가ㆍ전 대전시의회 의장조종국 서예가ㆍ전 대전시의회 의장
▲ 조종국 서예가ㆍ전 대전시의회 의장
▲ 조종국 서예가ㆍ전 대전시의회 의장
경운조월(耕雲釣月), 이 글귀처럼 구름아래 밭 갈고 달빛아래 낚시하는 생활이 마치 영화에서나 가능한 신선놀음 같아 보이지만, 사실 40~50년 전만해도 우리의 고향 들녘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시골 구석구석에도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고 좀 번화해지면 대형마트가 지역 상권을 장악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겉으로 드러난 서민들의 일상생활은 편리하고 신속하고 풍요롭고 합리적인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삶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집집마다 제각각 고립된 채, 어른들은 대출 빚에 쪼들리고 아이들은 입시경쟁에 쫓기며 꼬투리만 생기면 어느 순간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하고 각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거칠고 과격한 행동, 주의력 결핍, 메마른 정서로 인한 범죄와 사회문제가 점차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비록 물질적으로는 부족한 생활이었지만 서로 나누고 서로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던 그 시절의 인간적인 세상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이런 상념이 필자로 하여금 농업에 조그만 관심을 갖게 하였다.

그런데 얼마 전 부산에서 도시농업활동을 하는 분들이 아파트 놀이터에 작은 텃밭을 만들고 아파트 노인들과 어린이집 아이들이 함께 텃밭을 가꾸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노인들과 아이들은 텃밭에서 만나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흙과 풀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쌓고 더불어 사는 삶의 작은 행복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거창한 식량자급이나 식량주권은 둘째치고라도, 도심의 작은 텃밭은 대화와 소통의 길을 열고 상처받고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렇게 잃어버렸던 농촌사회의 미덕을 도심의 텃밭에서 회복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각박한 현대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해본다.

도시화로 인한 환경파괴와 오염된 수입농산물 등의 걱정을 덜고 안전한 먹 거리를 직접 재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대전에서도 서구의 경우, '친환경 도시농업 활성화 지원 조례안'이 작년 연말 통과되어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도 가능해지는 등 도시농업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또한 요즘 모 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도시농업이야기'(지태관 대전시 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장)는 도심 텃밭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서민들이 가정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상자텃밭, 옥상텃밭, 베란다텃밭, 주말농장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고, 무 농약 친환경농법 등에 관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고 한다. 베란다텃밭에서 여가 선용하며 부모 자식 간에 단절된 대화의 물꼬를 트고 안전하고 깨끗한 먹거리를 직접 재배해서 식탁에 올린다면 이것이야말로 일석삼조가 아니겠는가.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농촌의 열악한 단면을 소개했었다. 선진국의 기업농은 대규모 공장에서 기계가 물건을 찍어내듯 규격화된 농산물을 대량생산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빠른 고령화에 농가의 65%가 연간 1000만원 미만의 소득으로 자립조차 힘든 상황에서 이들 기업농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전체 농가의 2.4%가 연간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린다고는 하나 채소, 산나물, 과수 등이 중심으로 식량작물 재배는 점차 감소 추세라고 한다. 이런 현실은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가장 곤란한 순간에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도심 구석구석에 마련된 작은 텃밭이 우리나라의 먹거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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