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실장 |
은행에서 쓰이는 '지방'은 '중앙의 지도를 받는 아래 단위'라는 사전적 의미도 내포하지만(그래서 상대적 개념이 아닌 '지역'을 쓰고 싶지만), 어쨌든 '지방은행'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긴요하다. '글쎄요' 정도의 유보적 반응을 보인 기업인이 없지 않지만 대전경제협의회의 여론은 뚜껑을 열면 약간씩 상이하되 긍정 쪽에 기운 듯하다. 부쩍 열의를 보이는 염홍철 대전시장은 우선 “대전상공회의소 내 지방은행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 옛날 중도일보가 주도하던 '충청은행설립추진위원회'를 연상시키는 기구다.
그러면 왜 지방은행이어야 하는가? 대전ㆍ충남의 중소기업 대출이 대구ㆍ경북, 광주ㆍ전남에 비해 하위권인 사실도 지방은행 부재와 상관이 많다. 충청은행 퇴출 전년인 1997년 56.9%에서 2011년 47.1%로 떨어진 것을 아무래도 그 영향으로 본다. 지방은행이 생기면 법제화된 대로 원화금융자금대출 증가액의 60% 이상 중소기업 지원이 가능하다. 대출 비중이 시중은행의 45%에 비해 월등히 높다.
지역 자금 역외유출 역시 툭하면 듣는 소리다. 도식적으로 대출 규모가 예금 수준보다 낮으면 자금이 역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낳는다. 지방은행이 있는 부산(26.7%), 대구(27.8%), 광주(27.9%)보다 대전(38.3%)은 10%포인트 이상 높게 역외로 빠진다. 다른 요인, 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지역 총예금도 일정 부분 수도권 여신과 투자로 빠져나가 자금 유출에 가세한다. 역외유출은 지방경제 기반의 약화를 부른다. 지방은행 없는 설움이며 악순환이다.
중요한 문제는 새 은행의 성공적인 설립과 운영을 위한 방법론 찾기다. 정리하면 ①지역 금융기관의 공동 출자 ②제2금융권의 통합ㆍ연계 ③지역 기업이나 지역 연고 대기업 자본 참여 ④자치단체와 시민의 출자 ⑤(가령,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와 같은) 기존 은행의 해당 금융기관 자회사 독립 방법이 있다. 어느 방법을 쓰든 250억원 이상의 지역 자본금으로 인허가 요건을 충족하긴 쉬울지 몰라도 대형 시중은행과의 경쟁은 자칫 잘못하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 형국이 되기 쉽다.
지역 은행권의 벽이 만만치 않은 형편에서 대전은 3000억원을 상회해야 적정 자본금으로 보고 있다.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방법 ⑤가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지만 은행 동의가 미지수로 남는다. 가정이지만 충청은행 원형이 잘 보전된 하나은행을 독립법인화해 특혜 시비나 '외형만 지방은행' 식의 굴레에 빠지지 않는다면 유력한 대안이 되겠다. 송인수 산업은행 대전본부장도 “과거 충청은행 조직을 인수받는 방식”을 대안으로 선호했다. 지금 지역 환원과 독자 생존 움직임을 재개한 경남은행(우리은행), 광주은행(우리은행)과 제주은행(신한은행) 등 지방은행 다수가 금융지주 자회사 방식을 취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지역금융의 필요성과 당위성만 붙들고 미적거릴 여유는 없다. 지자체 간 공조는 물론이고, 대선 공약화에 힘쓰고, 법적인 건 법으로, 논리로 풀 건 논리로 풀어야 한다. 정치적으로은행 문을 닫았지만 은행 문을 다시 여는 데 있어서도 정치력이 따른다. 지방은행은 안 된다는 '학습된 무기력', 인가권 있는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인식 또한 극복 대상이다. 강원지역은 지방은행 설립을 '지역 주권 회복'으로까지 규정하고 있다. 지역자본 유출 방지, 중소기업 금융 지원, 세종시와의 상생 등 지역 발전, 무엇보다 자생적 성장 잠재력과 깊은 관련을 맺는다. 갑론을박의 해석을 넘어 부활이든 복원이든 충청권 지방은행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지 않고 정성들여 성사시켜야 할 이유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