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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에서 김윤석은 한중 도둑들을 규합해 희대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작전의 설계사, 마카오 박을 연기했다. 중국 배우도 놀랄 정도의 유창한 중국어 연기부터 40대 중년의 나이에 시도한 위험천만한 와이어 액션까지 중후한 카리스마와 날렵한 남성미를 두루 뽐냈다.
여기에 여심을 슬그머니 흔드는 멜로연기를 보탰다. “한마디로 섹시하게 나왔다”고 칭찬하자 그는 “기분 좋은 평가”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혜수와 저 어울렸나요?”=도둑질이 주제이지만 사랑도 곁들여져 있다. 특히 김혜수가 연기한 팹시와 마카오 박 그리고 뽀빠이 이정재 사이에는 오해와 상처로 얼룩진 과거가 있다. 주로 남자배우와 독하게 얽히거나 사제지간의 정을 나눴던 김윤석은 사실상 난생 처음으로 멜로 연기를 했다.
김윤석은 “간만에 여자 눈을 보면서 울렁거렸다”며 “하정우나 유아인 눈을 보고 울렁거릴 이유는 없잖느냐”며 웃었다. 이어 “김혜수와 잘 어울렸느냐”며 걱정스레 되물었다. “김혜수가 너무 예쁘잖나. 김윤석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뭐야? 그런 반응 나오면 안 되니까.”
김윤석에게 김혜수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친한 여배우다. 너무 친해서 긴장감이 떨어지지는 않았을까.
“전혀. 배역으로 딱 만났을 때 남녀간의 긴장감은 있다. 오히려 그녀와 멜로를 한다는 것이 무척 설?다.”
▲“전지현과 둘이 서로 어디가 아픈지 알았죠”=도둑들에서 김윤석과 전지현이 아슬아슬한 와이어 액션을 소화했다. 전지현이 줄타기 전문 도둑으로 우월한 몸매를 유감없이 뽐낸다면 김윤석은 건물 사이를 오가는 과감한 와이어 액션으로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알았다. 어디가 아픈지. 하네스(와이어와 몸을 고정시키기 위해 의상 안에 입는 특수복)를 차면 그거 따라 시퍼렇게 멍이 든다. 예전에 (강)동원인가 (조)승우인가, 와이어 달고 촬영한 날 숙소에서 오줌을 눴는데 피오줌이 나왔다더라. 그 정도로 힘들다.”
고통의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소뼈('황해')로 때리고 하는 거보다 테크닉을 요구하는 장면이라 재밌었다. 비록 온몸에 멍이 들었지만.”
중국어 연기는 또다른 '도전'이었다. “중국어는 정신적으로 날 괴롭혔다. 대사의 절반이 중국어였다. 중국어 대사 촬영날에는 밤을 꼴딱 새며 연습했다.”
노력한 보람은 있다. 김윤석의 중국어 연기는 실로 감탄이 절로 난다. “(중국배우) 임달화 형이 오케이하면서 손가락을 치켜올려줬다. 그래서 기뻤지만 다음에는 중국배우들이 한국와서 한국말로 연기했으면 좋겠다.(웃음)”
▲“저를 캐스팅하지 않아도 됩니다”=김윤석은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을 시작으로 '타짜' '전우치', '도둑들'까지 그의 모든 작품에 출연했다.
“타짜에서 아귀를 스스로 창조해내는 모습을 보고 신뢰를 가지지 않았나.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작은 역할이었는데 내가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많이 허용해줬다. 30대에 만나 지금은 둘 다 40대로 접어들었다. 이제는 영화 보는 눈도 폭넓어지고 자기색깔도 분명해지는 등 서로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앞으로도 계속 최 감독의 작품에 빠짐없이 출연할까? 그의 입장은 뚜렷했다. “최 감독도 시나리오 주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하셔도 된다고 말한다. 저 역시 저를 캐스팅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서로의 직업을 존중해야 관계가 오래간다고 본다. 그건 나홍진 감독하고도 마찬가지다.” 김윤석은 하정우와 함께 나 감독의 '추격자', '황해' 모두에 출연했다.
[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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