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진섭 카이스트 ICC운영부장 |
그럼 이러한 논란의 해법은 무엇일까? 해법은 명확한 지향성이 있어야 하고, 그 지향성에 부합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선 지향성은 현재가 아닌 미래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될 경우 수많은 현안과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이로 인해 현실타협적인 해법이 모색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현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미래의 관점에서 지향성을 모색해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가야할 변화의 방향을 제대로 인식하고 반영할 수 있다. 이렇게 미래의 관점에서 변화의 방향성을 제대로 인식ㆍ공유하게 되면, 지향성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목적이 설정될 수 있고, 목적지향적인 해법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계를 넘어 사회 각 분야에서 미래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소통과 융합'이 아닐까 한다. 소통과 융합이 미래 변화의 방향이라는 주장이 광범위하게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각 분야에서 소통과 융합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방안들이 모색ㆍ추진되고 있다. 그럼 소통과 융합의 본질은 무엇인가? 소통과 융합의 본질은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상대와 다른 분야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함께 공존하고, 새로운 변화와 분야를 일으킨다는 의미가 아닐까! 따라서 이러한 소통과 융합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개별 분야ㆍ주체들이 자기중심적인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상호 교류ㆍ협력할 수 있는 공통 기반의 플랫폼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과학기술분야에서 소통과 융합을 위한 공통 기반의 플랫폼과 시스템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거버넌스 체제를 단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분야별 독립적인 개별체제에서는 소통과 융합이라는 미래 핵심 키워드에 제대로 대응하거나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소통과 융합을 위한 과학기술 거버넌스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기초연구ㆍ응용연구ㆍ인재양성의 3각 체제로 변화의 방향을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서 3각 체제로의 변화가 개별 연구기관들의 무조건적인 통합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개별 연구기관의 정체성을 충분히 존중ㆍ유지하면서 분야에 따라 하나의 단일한 거버넌스 체제로 소통과 융합을 도모하자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물론 이와 같이 3각 체제로 과학기술 거버넌스를 단순화한다고 해서 소통과 융합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3각 체제로 단일법인화하면서 공통 기반의 플랫폼과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소통과 융합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을 제공하게 될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소통과 융합이라는 미래 변화의 핵심 키워드에 보다 빨리 대응해 나가면서 과학기술계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기회와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 거버넌스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고, 과학기술계의 뜨거운 감자임에는 틀림없다. 총론적인 방향성에 공감을 하더라도 구체적인 방안에서는 대립과 갈등이 반복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은 사회적인 비용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무력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의 구조가 더 큰 사회적인 비용을 필요로 하고 있고, 과학기술계 전체의 무력감을 가져올 개연성이 더 크다고 볼 때, 과학기술 거버넌스의 3각 체제는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과학기술의 소통과 융합을 활성화하면서 과학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