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풀뿌리 민주주의 뿌리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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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풀뿌리 민주주의 뿌리 흔들린다

  • 승인 2012-07-12 19:22
  • 신문게재 2012-07-13 21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감투싸움에 짓밟고 짓밟히고 있다. 지난 10일 대전 중구의회가 벌인 추태는 지방의회의 감투싸움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인터넷에도 공개된 화면에는 한 의원이 임시의장을 넘어뜨리고, 의원들끼리 험한 욕설이 오가는 낯뜨거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 난장판을 연출해놓고 “밀쳤네” “안 밀쳤네” 다투고 있으니 이들을 뽑아준 지역주민들이 혀를 찰 만하다.

유성구의회의 의장해임 사태는 법정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새로 선출된 의장이 선거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의원들이 불신임안을 내고 해임해 버리자, 의장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대덕구의회도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불만을 품은 한 의원이 의사봉을 빼앗고 의사진행을 막는 바람에 휴회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6대 광역시의 구의회를 아예 없애겠다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의 지방자치 개편안은 어느새 잊은 모양이다.

원 구성을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을 빚기는 충남의 기초의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논산시의회에선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의혹을 제기한 의원은 지난 선거 때도 금품살포 의혹이 있었으나 덮어두는 바람에 이번에 또 불상사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공주시의회는 '막말 파문'으로 시끄럽고, 부여군의회는 부의장 선거가 불발되는 사태를 빚었다. 기초의회뿐이 아니다. 충남도의회도 상임위원장 배정을 놓고 민주당 의원들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불만을 표시하고 반발하는 이유도 가당찮다. “사전에 합의한 것과 다르다”는 식의 주장이다. 정당 계파 간 밀실야합, 감투 갈라먹기, 짝짓기 같은 구태가 저질러지고 있다고 스스로 자인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가 굳건히 뿌리내리려면 도덕성과 주민 민생만 바라보는 의원상이 정립돼야 한다. 각성하고 중앙정치에 묶인 사슬도 끊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를 끝내 거부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는 뿌리째 썩게 될 것이다. 지역 발전과 민생보다 잇속 챙기기에 관심이 많은 의원이나 의회의 존재 이유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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