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강 하구역에 해상 매립지와 방파제 등 잇따른 시설물 건설로 어민 생존권 박탈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장항앞바다에서 준설선이 작업을 하고 있다.
서천 장항=손인중 기자 dlswnd98@ |
서천군 어업지도선을 타고 서해로 향했다. 항구를 떠난 배는 5분도 안돼 또다른 땅과 마주했다.
배의 왼편에는 체육해양생태공원(일명 해상도시)을 건설하기 위한 군산 해상 매립지가, 오른편으로는 거대한 퇴적지가 눈에 들어왔다. 약 1.5㎞ 떨어진 양측의 거리는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군산 해상 매립지는 금강 하구역에서 발생한 토사를 준설, 매립한 땅이다. 1980년부터 쌓아온 토사가 길이 면적 207만㎡의 섬이 됐다. 여의도의 3분의 1 크기다.
반면, 배의 오른편 땅은 자연적으로 생긴 퇴적지다. 장항제련소 앞바다에 5㎞ 떨어진 곳에서 유부도까지 거대한 퇴적물은 이어졌다. 77만㎡의 조그만 섬, 유부도는 3305만㎡의 거대한 삼각주로 변해 있었다.
유부도를 지난 배는 계속 나아갔지만 서해는 여전히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배의 왼편에는 군산 산업단지, 오른편에는 북측 도류제가 가로 막았기 때문이다. 도류제는 항구를 보호하기 위해 파도의 흐름을 차단하는 구조물이다. 방파제와 성격이 같지만 육지와 맞닿아 있지 않다는 점에서 방파제와 다르다.
7.2㎞를 뻗은 북측도류제의 끝에 이르자 눈 앞을 3㎞의 북방파제, 1㎞의 남방파제가 가로 막았다. 모두 군산항을 보호하기 위해 각각 설치된 구조물이다. 항구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물은 해수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도류제와 방파제에 길이 막힌 해수는 퇴적물을 금강 하구에 쌓아놨다. 뱃길 곳곳에 대형 준설선이 자리잡고 퇴적물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연간 11㎝이상 쌓이는 퇴적물을 처리하기는 역부족이다. 결국 수심 10m가 넘던 금강 하구의 수심은 간조때는 2m까지 줄어들만큼 얕아졌다.
박복규 서천군 어업지도선 선장은 “군산항을 지키기 위한 구조물로 인해 서천군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무역항인 장항항은 수심이 얕아 5000t 이상의 대형 어선은 들어올 수 없고 이제는 작은 어선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수만t이상의 대형 화물선과 여객선이 정박해 있던 군산항과 달리 한산했던 장항항의 모습이 이해됐다.
어민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도류제와 방파제가 길을 막아 2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이상 돌아가야 한다. 바다가 뻘로 바뀌면서 각종 어패류는 씨가 말랐다. 바다를 지킬 수 없을 정도다. 30년 동안 금강하구를 지켜온 홍운기(59)씨는 “이 상태가 지속되면 금강하구는 육지로 변할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배는 금강 하구에서 20여㎞ 떨어진 북측 도류제를 돌아 다시 장항항으로 향했다. 배 주변에 일던 하얀 물거품은 장항항에 가까울수록 흙탕물처럼 혼탁해졌다. 퇴적물이 쌓여 수심이 얕아졌기 때문이다.
하구둑 건설로 거대한 담수호가 된 금강. 퇴적물이 쌓이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금강은 결국 거대한 호수로 변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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