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수층에 뒤덮인 대전 도심은 비가 와도 빗물을 머금지 못하고 곧장 하천으로 쏟아낸다.
이로인해 하천에 유입되는 빗물의 양은 도시개발 전보다 늘어났고 홍수도달 시간은 빨라졌다. 반대로 한동안 비가 오지 않으면 하천은 물이 부족해 생태계가 요구하는 최저 유량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불투수층의 도심 '빗물 미끄럼틀'= 불투수층으로 덮인 대전 도심은 장마철에 빗물을 곧장 하천으로 쏟아내는 미끄럼틀 역할을 하고 있다. 포장된 지면에서 빗물은 잠시 머물며 증발하거나 땅속으로 유입될 수 없고 나무나 숲에 흡수되지 않아 고스란히 하천으로 흘러든다.이는 도시가 확장할수록 하천으로 유입되는 빗물의 양을 증가시켰다.
대전시 빗물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시간당 5.5㎜의 비가 왔을 때 포장된 지면 때문에 시간당 2352t의 빗물이 하천으로 더 유입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면에 닿은 빗물은 하수구를 따라 곧장 하천으로 이어지면서 하천의 홍수도달시간도 빨라지는 문제를 낳고 있다.
일부 신도심은 도시개발 후 흡수되지 않은 빗물을 모으기 위해 빗물 저류지를 만드는 추세지만, 문제는 이미 개발을 완료한 둔산이나 원도심 일대에는 이러한 빗물 관리시설이 부족한 상태다.
때문에 적은 비에도 하천의 수위가 순식간에 상승하고 하수관거의 설계빈도(5~10년)를 초과하는 집중폭우가 발생했을 때 시내에서 빗물이 원활히 배출되지 못하는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갈수기에는 최저유량도 확보 못해=대전이 도시화한 이후 장마철을 제외하고 대전의 3대 하천은 극심한 유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2006년 갑천이 하천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원촌교를 기준으로 시간당 2.5t의 물이 흘러야 한다고 고시했다.
대전시가 2008년 5월부터 2009년 2월까지 갑천의 둔산대교와 침산교의 유량을 조사한 결과 6~8월을 제외하면 최저 유지유량에 못 미치고 있다.
같은 시기 유등천과 대전천의 유량을 측정한 결과는 더욱 안 좋다.
유등천의 삼천교ㆍ침산교 두 지점에서 측정한 유량의 평균은 1.211t/h(수심21㎝)이고 대전천의 현암교에서 측정한 유량은 0.43t/h(수심 14㎝)에 불과했다. 이는 빗물이 땅속에 침투해 지하수에 섞였다가 갈수기에 하천으로 유입돼 안정된 유량을 유지하는 순환 흐름이 깨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전발전연구원 이재근 연구위원은 “대전이 도시화가 되면서 하천 유지유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며 “빗물이 지하에 침투하고 장마철에 침수를 대비할 수 있는 저류면적 확보를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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