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고려대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 |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으로부터 시작된 수도 이전은 청와대, 국회 그리고 대법원 등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행정부가 모두 이전하는 '신행정수도' 추진이 “관습에 따라 위헌”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헌법재판소의 결정(2004년 10월)으로 위헌 소지가 없으면서도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축소 추진됐다.
수도 이전의 필요성은 노무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우기 훨씬 전에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추진됐다. 1977년 박 대통령은 수도권 과밀의 문제를 예상하여 공주시 장기면 일대에 '임시행정수도 건설계획'을 극비리에 추진했었다. 만약, 박 대통령이 1979년의 10ㆍ26사태로 비명에 가지 않았다면 연기군과 공주시에는 큰 논란을 거치지 않고도 새로운 수도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사실, 1960년 이래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수도권 중심의 발전은 심각한 국토의 불균형 문제를 초래했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면적에 전체 인구의 50%가 거주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18.7%), 영국(12.2%)은 물론 수도권 인구집중도가 매우 높은 일본(32.4%)에 비해서 비교도 안될 만큼 높은 수준이다.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각해 제조업체의 수도권 집중도는 60%에 이르고, 공기업 본사의 85%, 중앙행정기관의 84%, 100대 대기업 본사의 92%가 수도권에 있어 전국의 인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수도권은 주택난, 교통난 그리고 환경오염 등으로 삶의 질이 저하되고, 지방은 재정과 인재가 빠져나가면서 경제기반이 약화되어 국토이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국가경쟁력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수도권의 과밀화해소를 위한 수도권 인구분산정책은 시의적절한 시대적과제로 그 당위성과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 세종시의 성공적인 완성은 충청권, 아니 대한민국 전체의 과제가 됐다. 세종시는 단순히 인구 몇십만 명이 모여 사는 도시를 한 개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인구사회학적 측면에서는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최고급 두뇌를 가진 파워엘리트 1만5000명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고, 도시건설 측면에서는 세계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인 호주의 캔버라,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그리고 브라질의 행정수도인 브라질리아 등을 벤치마킹해 그들보다 더 쾌적하고 살기 좋은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쾌적한 친환경도시', '편리성과 안전성을 함께 갖춘 인간중심도시', 그리고 '문화와 첨단기술이 조화되는 문화정보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벤치마킹한 도시들은 70~80년대의 기술과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가 안 되는 시대에 만들어진 도시지만 세종시는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에서 2010년대의 최첨단 정보통신, 건설 기술을 적용해 건설되는 도시다. 정보통신, 교통 그리고 환경 측면에서 세계최고의 도시 인프라를 갖춘 도시가 될 것이다. 이제 출범한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어낼지,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로 성공적으로 완성될지, 일본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주시하고 있다. 세종시가 행정도시로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이전하는 정부의 각 중앙부처가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권력구조 아래서는 국회와 청와대가 세종시로 와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것이 어려우면 국회 분원과 청와대의 제2 집무실이라도 설치돼야 한다. 다행히, 12월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 대권에 도전하는 주자들이 출마하면서 이런 얘기를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공론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약이 될 수 있도록 충청권은 다시 한 번 한목소리로 뭉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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