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정혁 생명공학연구원장 영결식이 10일 거행된 가운데 고인의 영정사진이 연구원을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있다. 손인중 기자 dlswnd98@ |
“'씨감자'하나의 외길을 파시던 당신은 진정 최고의 과학자시고, 저희의 사표이고 귀감이셨습니다.”
고(故) 정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의 영결식이 연구원장으로 10일 오전 유가족과 동료 연구원 및 직원 등 1000여 조문객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돼, 27년 함께 생활했던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장례위원장인 김성욱 선임연구원은 조사를 통해 “며칠 전만 해도 저희 옆에서 연구원 운영에 최선을 다하시면서, 따뜻한 격려를 해주시던 모습이 눈앞에 선한데…. 이렇게까지 허망하게 떠나시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우리 모두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고 말했다.
씨감자 연구를 하며 실험실에서 가족들보다 고인과 많은 시간은 보냈던 전재홍 박사는 “테니스 코트를 누비며 늘 활달하게 뛰어다니실 때 우리는 원장님이 건강하신 줄 알았습니다. 새벽길에 나와 그 좋아하시던 씨감자를 매만지실 때 진정 건강하신 줄 알았습니다. 햇살 내리쬐는 창가에 씨감자를 내놓아 자라는 순을 보며 자식 보듯 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라며 고인을 회고했다.
이어 “그 강직함과 진지함에 우리는 원장님이 늘 강하신 줄 알았습니다. 그 수많은 불면의 밤과 고통스러운 삶의 나락을 보내실 때 우리는 원장님이 그리 아픈 줄 몰랐습니다. 원장님의 남겨놓은 큰 짐을 우리가 운명으로 알고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연구소가 되게 저희가 곱절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원장님을 저희 가슴속에 영원한 친구로 남도록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추도하자 유가족들은 오열했고 동료 연구원들도 억눌렀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추모 영상이 상영되고 '유전이라는 생명의 연속은 인생에 이별을 남기지 않는다'는 고인은 생전의 메시지가 소개되자 모두들 눈시울을 붉혔다.
영결식을 마친 고 정혁 원장의 운구차는 생전에 머물며 생명공학발전을 위해 몸바쳤던 원장실과 연구실, 연구원을 차례로 돌아본 뒤 연구원들의 마지막 인사 속에 장지로 향했다.
권은남 기자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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