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녀가 당첨금 28억 여원의 로또 복권 주인이 누구인지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남성의 손을 들어줬지만, 여전히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는 명확히 가려지기 힘든 상황이다.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소영)는 이 사건을 조정 절차에 회부했고, 지난 9일 시민 솔루션 회의를 열어 양쪽의 합의를 유도했지만 조정은 결렬됐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피고 A(61)씨는 2006년부터 중국에서 원고 B(여·61)씨의 여동생과 동거를 하며 함께 도시락납품업체를 운영해 왔다. 이런 인연으로 2010년 초부터 원고의 남편이 중국에 있는 피고의 업체에서 일을 하게 됐고, 원고 역시 중국을 오가며 생활하던 중 같은해 9월 7일께 중국으로 출국 직전 3만원 상당의 로또 복권을 구입하게 된다.
원고는 이틀 뒤 피고에게 구입한 복권을 건네줬고, 이 중 1장은 4등(당첨금 5만원), 2장은 5등(당첨금 5000원)에 당첨된다.
이후 원고는 10월 23일께 다시 한국에 들어오기 직전 피고로부터 당첨된 복권을 건네 받아 귀국, 이를 12장의 로또 복권으로 교환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피고에게 건넸다.
이들의 진실게임은 이 중 한 장이 당첨금 28억 여원(실 수령금 19억 여원)에 달하는 1등에 당첨되면서 시작됐다.
복권은 피고인 남성이 소유하고 있고, 원고는 며칠 뒤 귀국해 법원으로부터 당첨금 지급 처분 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낸 뒤 해당 복권이 자신의 소유임을 확인해달라는 복권 인도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의 쟁점은 최초 복권 구입 경위와 이 복권이 누구의 돈으로 구입한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원고는 해당 복권이 자신의 돈으로 구입한 것이며, 단순히 당첨 확인 부탁을 위해 피고에게 복권을 건네게 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피고는 한국에 들어가는 원고에게 3만원을 주고 복권 구입을 부탁했고, 재차 당첨된 복권의 교환을 부탁해 이 중 한장이 1등에 당첨된 것이라며 자신의 소유라 맞섰다.
이와 관련해 1심 재판을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원고에게 복권 구입을 부탁했다는 피고의 주장을 의심해 볼 수 있기는 하나, 원고가 복권 당첨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당첨 사실을 알고도 즉시 반환 받으려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입증 책임이 원고가 복권을 구입한 사실 등만으로는 당첨 복권이 원고 소유임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피고의 주장 역시 의심의 여지가 있으나, 복권이 원고의 소유라 입증할 만한 근거 또한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공을 넘겨 받은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대전고법에서 올해 처음 도입한 시민 솔루션 프로그램에 붙혀 조정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으나, 원고와 피고 간 입장 차가 커 결국 조정은 결렬되고 말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향후 강제조정안을 마련해 양쪽에 전달할 예정이며,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풀기 어려운 '진실게임'에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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