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일 가운데 하나가 쥐로부터 곡식을 지켜내는 일이었다. 쥐는 우리와 가장 친근한 짐승가운데 하나이면서도 매우 경계하고 물리쳐야 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쥐가 가지고 있는 생태적 속성 때문에 열두띠 동물로 인식될 뿐만 아니라 쥐와 관련된 많은 속담과 동화, 소설 등이 남아 있고 최근에도 멋진 캐릭터와 애완동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특정 종류의 실험 쥐들은 오늘도 인간의 질병퇴치를 위해 실험실에서 희생되고 있다.
지금은 많은 방제기술이 발달하고 주거형태의 변화로 주변에서 쥐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쥐는 아주 귀찮은 존재로 인식되어 쥐를 잡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들이 동원되었다. 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쥐잡는 날과 시간까지 정해 쥐약을 놓아 잡곤 했다. 쥐를 잡으려고 쥐가 좋아하는 음식과 섞어 놓은 쥐약을 치우지 않아 쥐가 아닌 개나 고양이, 닭 등 엉뚱한 가축을 잡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쥐약을 놓을 때는 정해진 시간에 놓아 쥐를 잡고 동시에 치우곤 했다. 쥐꼬리를 모아서 잡은 개체수를 확인하기도 했다.
쥐가 반자가 있는 천장을 돌아다니면 우두두둑 천둥소리가 나서 밤잠을 설치는가 하면 곡물을 저장하는 나무궤나 가구, 짚으로 만든 가재도구 등을 쏠아서 구멍을 내놓기 일쑤였다. 그러므로 집집마다 고양이를 키워서 쥐를 집안에서 쫓아 버리려고 노력했다. 고양이의 야성을 키우기 위해 고기맛을 알아서 쥐를 잘 잡도록 훈련시키기도 했다. 여러 가지 쥐덫을 고안하기도 하고 쥐 잡는 끈끈이도 등장했다.
빨랫줄이나 전깃줄을 타고 가다 방안에 떨어진 뒤에 장롱 등의 틈바구니에 꼼짝않고 붙어 있던 약고 민첩한 쥐를 잡느라 법석을 떠는 모습을 묘사한 근대소설의 한 장면이 기억에 새롭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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