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도시락족의 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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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곡선]도시락족의 변심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 승인 2012-07-09 15:32
  • 신문게재 2012-07-10 21면
  •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나는 도시락족이다. 6년째 도시락을 싸서 출근한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출근 시간에 도시락까지 싸는 게 여간 부산스런 일이 아니지만 부실해진 몸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얼굴에 살이 통통하게 올라 몸이 부실했던 게 언제였냐 싶을 정도가 됐다.

몸만 불어난 게 아니다. 사먹는 밥에 싫증이 나던 참에, 밥값도 절약하고 건강도 챙길 요량으로 나선 동료들이 이젠 7명이나 된다. 덕분에 혼자 먹을 때의 초라했던 밥상이 갈수록 풍성해졌다. 각자 준비해온 반찬을 내놓으면 웬만한 성찬이 부럽지 않다. 메뉴도 다양해졌다. 봄이면 각종 나물이, 요즘처럼 더위에 지쳐 입맛을 잃을 때쯤이면 텃밭에서 갓 따온 신선한 채소들이 밥상에 오른다. 바람이 선선한 날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찌개가 보온병에서 나온다. 제철 과일에 맛난 과자들로 후식도 넉넉하다. 이 정도면 도시락이 아니라 만찬이다.

함께 먹는 즐거움도 커졌다. 갖가지 반찬을 넣고 도시락을 흔들어대며 학창시절을 떠올리는가 하면, 김밥과 샌드위치를 다투듯 집어 먹으면서 잠시나마 소풍 나간 듯한 기분을 내기도 한다. 먹는 것에 관한 한 모두 한마음인 양 도시락을 먹을 땐 다들 행복해 하고 맛나게 먹는다. 그러다 보니 도시락 모임에 비상이 걸렸다. 늘어나는 뱃살과 후덕해진 얼굴 때문이다. 건강을 위한 일인데 과유불급이 됐다. 어쩔 수 없이 얼마 전부터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바리바리 싸오던 반찬 양을 줄이고 후식은 아예 없앴다. 간혹 참을 수 없는 음식의 유혹에 넘어가기도 하지만 독하게 실천하고 있는 후배들 눈치 봐가며 나도 먹는 양을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 덕분에 늘어만 가던 체중이 멈췄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소식해야 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재확인해주는 연구 결과가 얼마 전에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건강노화연구소의 매튜 파이퍼 박사가 발표한 '유전자와 생활습관의 변화를 통한 수명 연장에 대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식사량 40%을 줄이면 수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실험에서 대량 감식으로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실험 결과 음식량을 40% 줄이면 수명이 20~30% 늘어난다. 사람으로 치면 약 20년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귀가 솔깃해질 연구결과다.

허나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더라도 먹는 양을 절반 가까이 줄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맛집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눈과 귀를 막지 않는 한 그 유혹을 벗어나기도 어렵다. 더욱이 인간에게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적게 먹어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자칫 심각한 폭식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무작정 줄이기보다 '적정량을 먹자'고 마음을 다잡는 편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건강을 위해 도시락을 싸던 마음으로, 이젠 입의 끝없는 욕망을 잠시 눌러볼 참이다.

김은주ㆍ자료조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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