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
하지만, 그런대로 한숨은 돌리게 됐다.
옛말에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말이 있다. 가뭄은 대비하면서 기다릴 수 있지만, 장마는 지루하게 내려 여차하면 물난리로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러나 이번 가뭄은 그 정도가 상상외로 커서 대전 충남지역의 5월 강수량(18.5㎜)은 1978년(12.8㎜) 이후 가장 적다.
5월1일부터 6월28일까지 강수량도 42.7㎜로 평년(240.7㎜)의 18% 수준에 머물러 우리나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피해가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로 충남서부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논산 탑정호에서 서식이 확인된 환경부 지정 1급 멸종위기종 '귀이빨대칭이'라는 민물조개가 계속된 가뭄으로 집단 폐사돼 농정당국 및 관계공무원들이 비상이 걸렸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멸종위기종이라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멸종위기종이 아닌 그 밖의 수많은 수생생물이나 식물들이 가뭄으로 폐사되거나 고사위기에 처했을 생각을 하면 무서울 뿐이다. 이런 이례적인 가뭄 현상이 기후변화 덕분에 발생한 것이고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학자들의 경고가 새삼스레 무섭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뭄은 과거에는 없었던 것일까.
역사적으로 볼 때 가뭄은 국가적인 주요관심사였으며 이러한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과거부터 계속 있었다.
삼한시대에 축조된 제천 의림지,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 등은 가을철 추수 이후 남는 물을 모아서 봄철에 사용하고자 만들어져 지금도 그 기능을 하고 있다. 그 이후에도 농업용수확보를 위한 관개사업은 계속됐다. 또 역대 통치자들의 민생안정과 국력신장이라는 가장 큰 관심사 역시 치산치수로서 가뭄이 심하면 국가차원의 기우제를 지내 가뭄이 해소되길 기원한다.
매년 음력 5월 10일께 내리는 비를 '태종우'라고 한다. 조선 태종22년에 태종이 병에 걸렸을 때 가뭄이 심하게 들어 태종이 말하기를 '내가 죽으면 하늘에 가서 비를 내리게 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태종이 죽은 후 비가 내려 가뭄이 해소됐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로 지난 금요일인 6월 29일은 음력 5월 10일로서, 29일과 30일에 대부분 지방에 많은 비가 내렸다. 세계 최초의 기상관측 장비로 우리의 역사적 보물인 측우기를 만든 세종대왕 역시 이러한 부왕의 고충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체계적인 수자원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해 개발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기후변화현상은 과거부터 꾸준히 진행돼온 문제이긴 하지만, 최근 100년 동안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온실기체의 다량 배출 등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어 그 변화속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러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자 모두 노력하고 있다. 진행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할지라도 진행을 멈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이러한 기후변화의 사례로 남쪽에서 주로 재배하던 주요작물의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 겨울이 짧아져서 점차 따뜻한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변화의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이 최근 급증하는 것에 대해 이제는 미래적 관점에서 볼 때 대응이나 대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이제 기후변화는 더 이상 어느 한 개인이나 단체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힘을 합해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