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도현 설치미술작가, 닷찌플리마켓 대표 |
문광부 선정 문화예술시장인 닷찌플리마켓을 운영하고 있다지만 참으로 난해한 질문이다. 문화예술인지도 모르고 그저 놀아보자 해서 시작된 우리들의 놀이를 문화예술시장이라고 붙여주고 돈까지 주는 문광부를 보면서 작지만 어떠한 뜻을 갖고 움직이며 소통하는 것도 문화예술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설치미술작가로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이 모든건 내게 생소한 영역이었다.
어쩌면 어릴 적 '아빠'를 통해 받은 감성적인 소통의 방법들이 해를 거듭하며 표현의 방법을 익히고 습득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번 문화초대석을 통해 짧지만 강렬했던, 지난 5년 전 거리에서 시작해 부딪치며 만들어온 나의 문화예술에 대한 감회를 나누고자 한다.
낡디낡은 오래된 가방을 모았다.
시대를 거스른 듯한 나는 오래되고 어떠한 사연을 지닌 것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유독 가방이란 아이템을 좋아하게 된 건 '아빠'가 쓰시던 샘소나이트 브리프케이스에 매력을 느끼면서였지 싶다. 어쨌든 그 당시 친구들이며 가족들은 혀를 차며 “이런 걸 누가 좋아해?”하고 비아냥 대기 바빴지만 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열일 제쳐놓고 달려들어 도왔던 후원자들. 아마도 내가 지나칠 정도로 진지한 표정으로 그것들을 대하는 게 신기했던 모양이다. 아파트 여기저기를 함께 기웃거리고 때론 철거되는 상점들의 가구들을 하나둘씩 모아 형태를 갖추고는 바로 길거리로 나갔다.
나는 그렇게 나만의 색깔을 거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그리고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보여줬고 적지않은 돈도 벌며 빈티지에 대해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리. 거리로 나서는 건 늘 내게 도전 같은 일이었다.
번화한 둔산동 거리 한복판은 시시때때로 변하며 늘 변수에 노출돼 있었지만 나름의 철학으로 사람이라는 재산을 쌓았고 그 누구든 친구로 만들었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며 돈도 모아지고 불루닷찌 2호점에 쇼핑몰까지 오픈할 시점이 되고 나니 팬층이 꽤 두터워져 있었고 늘 새로운 것을 갈구하던 나와 친구들은 또 한 번 다른 곳을 향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모티브가 되는 건 여행이었다. 근간히 돈이 생길 때면 나는 무엇보다 여행에 투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빠'와의 추억을 종종 만들었던 시골 장의 느낌을 가진 외국의 프리마켓을 좋아하게 됐다. 나는 거리에서 보는 길거리 아티스트들의 열정을 내 고향도시 대전에서 느끼고 싶었다. 어쩌면 서울에 집중된 젊은 친구들의 움직임이 부러운 것보다 우리들도 충분히 유니크한 대전만의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재밌는 일을 찾던 나와 친구들은 밤마다 블루닷찌 쇼룸에 모여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과 열정으로 움직였고 그렇게 해서 닷찌플리마켓이 2010년 6월 첫 시작을 하게 됐다.
2012년 7월 지금은 재개발 지역인 목척시장에서 사라져간 기억을 되찾는 작업을 닷찌플리마켓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재밌는 사실은 이 동네가 아빠의 어린시절 추억을 쌓았던 옛 고향동네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빠와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옛 한일관을 기억하는 동네주민분들을 뵐 때면 묘한 감정이 감돈다. 나에게 문화예술은 이렇듯 특별한 과정 없이 사람을 통해 만들어가는 소통이라 생각이 든다. 때론 사소한 것에서 무심코 지나던 옛 시장 골목의 아련한 낙서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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