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진우 국민연금공단대전지역본부장 |
최근의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가 긴급히 돈을 빌릴 일이 생길 경우에 도움 받을 사람이 없다는 응답이 무려 67%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핵가족의 증가 등 가족 구성원들의 관계 변화와 자녀들의 부양의식 변화, 장기적인 경제 침체에 따른 자녀들의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 회피 등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60세 이후 정년퇴직 등으로 일정한 수입이 없는 고령자가 긴급자금이 필요할 경우 시중은행 등을 통한 저금리의 대출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결국 고금리 대부업체를 이용하게 될 수밖에 없어 고금리의 이자 상환에 따른 경제적 부담 가중은 개인파산 및 신용불량 증가로 이어져 우리사회의 경제적 위험을 높이게 된다.
이러한 고령층의 경제적 위기 해소라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에서는 '국민연금실버론'제도를 2012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국민연금실버론은 금융권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고령의 연금수급자가 의료비 등으로 긴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경우 시중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필요 자금을 대출해 줌으로써 노후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복지사업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되어 제도시행 25년째를 맞아 가입자 2000만명, 연금수급자 330만명, 기금적립금 360조원에 이르는 등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기금 적립금 규모에서 세계 4대 연기금으로 성장했다. 명실상부한 국민복지제도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역할은 노령, 장애, 사망 등 사회적 위험에 처해 소득이 중단되는 경우에 연금을 지급함으로써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어 공단의 복지사업 분야에 대한 사업 확대 논의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었다.
국민연금실버론을 통한 대부 신청은 만 60세 이상의 국민연금수급자(노령연금, 분할연금, 유족 및 장애연금)가 의료비, 배우자 장제비, 전ㆍ월세자금, 재해복구비의 용도에 한해 연간 국민연금 수령액의 2배(최고 500만원)까지 대부신청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실버론 시행 두 달여 만에 국민연금 수급자 6000명이 대부를 신청해 총 235억원이 대부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사회 고령층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의 실태를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용도별 대부 현황을 살펴보면 전월세자금 용도가 총 3752건으로 전체건수의 62.4%를 차지하고 있고, 의료비 용도가 2220건으로 전체 건수의 36.9%로 배우자 장제비나 재해복구비에 비해 앞도적인 우위를 나타내고 있어 주거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금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연금실버론은 2014년 말까지 총 900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사업이 시작됐으나 시행초기 대기수요가 일시에 몰려 대부신청이 집중된 경향도 있지만 그 반응이 뜨거워 예산이 조기에 소진될 우려가 높다. 따라서 국민연금공단에서는 향후 시행 결과 평가에 따라 대부 대상과 용도범위, 예산 등에 대한 확대 시행도 검토할 예정이다.
한국생산성본부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총 900억 원 규모의 대부사업인 '국민연금실버론'의 시행으로 민간 금융기관 이용 대비 119억원의 이자비용 절감효과와 함께 1406억원의 생산 유발효과가 있다고 하니 고령자의 안정적 노후생활 보장뿐만 아니라 국가경제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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