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준 예산경찰서장 |
이와 같은 공권력의 무력화는 그간 공권력의 남용이 주로 문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했다. 일제 시대부터 비롯된 원죄의식에 여전히 트라우마가 있는 경찰 또한 공권력을 남용하지 않는데 더욱 신경을 써 왔음이 사실이다. 공권력의 무기력함은 특히 대규모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이 시위대로부터 집단 구타당하는 장면, 술 취한 사람들이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리는 장면 등에서 쉽게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장면에 분노하지만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일로 인식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엄정하게 확립된 공권력이 국가의 이미지와 경쟁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당신이 외국 기업인이라면 경찰관이 구타당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중 어느 나라에 투자하겠는가? 이러한 맥락에서 경찰은 근래 실추된 공권력을 바로세우기 위한 노력을 강도 높게 하고 있다. 법을 밥 먹듯 무시하는 상습 시위자들을 엄벌하고 불법집회를 주도한 단체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주취 폭력자에게는 '주폭'이라 명하고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112 허위ㆍ장난 신고에 대하여도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허위 장난 전화를 건 사람은 경범죄처벌법(허위신고)과 형법상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가 적용되어, 신고의 빈도와 정도에 따라 최대 징역 5년 또는 1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112 허위 신고와 공권력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112 허위 신고는 공권력이 그간 얼마만큼 경시당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112 긴급전화를 단순히 재미를 위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면서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런 의미에서 112 허위ㆍ장난전화의 폐해는 단순히 경찰력을 낭비한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공권력의 심각한 경시에 있는 것이다. 강력한 처벌의 효과를 기대하기에 앞서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와 성숙한 시민정신을 기대한다.
김택준ㆍ예산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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