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호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
고기가 수초나 영양분이 많은 탁한 물에 꼬이는 것을 어렸을 적부터 봐오면서 학교에선 선생님에게, 사회에서는 선배들에게 듣고 자란 우리에게 이 말은 실증적으로도 입증이 끝난 말이다. 정치계에서는 물론 기업계, 공직사회, 심지어 교육계에서도 보편타당한 진리로 이 말은 통용되고 있다.
하천을 1급수의 수질로, 바다를 청정해역으로 개선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재원을 쏟아부으면서도 우리가 철썩같이 믿고 있는 말, 바로 이 말이다. 수초가 있고 영양분이 있는 곳에 고기가 꼬이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다. 그러자면 그 물은 자연히 탁해 보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이 말의 뉘앙스는 꼭 그런 것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 적당한 부정과 부패가 사회생활에는 없을 수 없다는 느낌이 강한 것이다.
설사 이 말을 사회생활에서 가져야 할 원만하고 너그러운 인간관계를 비유한 말이라고 변명하더라도 이 말에서 느껴지는 어감은 그렇게 산뜻하지 못하다.
'맑은 물에 고기 못사는 법이여, 그러니 너무 따지지 말아. 결국 꿩 잡는 건 매 아닌가.' 우리는 그렇게 배워왔다. 적당한 타협과 눈 감아주기,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것으로 '너 좋고 나 좋으면 무엇이 문제냐'는 풍조를 우리는 이 말 한마디로 타당화시켜 왔다.
올해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고, 특히 우리지역은 새로운 세종시가 출범하는 해다. 무엇을 새롭게 할 것인가. 물을 갈아 새롭게 한다고 하면서 여전히 우리가 이 말을 버리지 못하는 한 무엇으로 새롭게 할 것인가. 낮에는 공무원의 청렴도를 그렇게 강조하는 지도자가 저녁에는 이 말을 한다면?
탁한 물에서나 잡히는 붕어나 피라미를 고기라 하면서 정작 1급수에서 잡히는 연어같은 값비싼 고급어종은 수입이나 해야 구경하면서 이 말을 한다면?
맑고 투명한 사회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와 탁하고 어두운 사회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중 누가 우리에게 이익이 될지 알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이 말을 한다면? 사회의 어둡고 소외된 자들을 도와주고 정의와 도덕을 바로 세워 줄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외치면서 정작 정치인에게 하는 말이 이 말이라면?
더욱이 자라나는 어린 자식들에게 세상사는 요령을 가르쳐 준다며 첫 번째로 하는 말이 바로 이 말이라면?
탁한 물에서만 고기가 산다는 말은 물리적으로나, 이치상으로 맞지도 않는 말이다.
맑은 물에 사는 고기도 있고, 흐린 물에 사는 고기도 있고, 깊은 물이든 낮은 물이든 다 고기가 사는 물이란 있는 법이고, 바람직하기는 맑고 청정한 수역에서 자란 고기야 말로 더 값이 나가고 귀한 고기임에 틀림없다. 물이 맑기가 그만큼 어려운 법이니까. 우리사회에서 이런 저급한 처신을 언제까지 후손들에게 가르칠 것인가. 영양가가 없는 물이라면 사료를 줄 일이지, 더럽고 탁하게 만들라고 가르쳐서야 되겠는가. 인정이 각박한 사람에게는 인간적인 배려와 포용을 가르칠 일이지, 적당히 속고, 속아야 한다고 가르칠 일인가. 새로운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맑고 투명한 행정을 기대해 본다.
능력있고 청렴하고 지역에 대해 애정이 있는 공직자가 높이 평가받는 풍토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성실히 일하고 노력하는 기업인이 성공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회가 되길 기다려 본다.
누구에게도 타당하고 납득되는 건전한 기준이 시민 사회를 움직이는 1급수의 청정도시가 되기를 손꼽아 기다려 본다.
그리하여 우리 세종시에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격언을 만들어 내야 한다.
'자고로, 맑은 물에 고기가 살게 해야 하는 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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