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혈세가 공무원의 손끝에서 얼마든지 임의조작이 가능하고 검증조차 불가능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허술한 지방세 과세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천안시가 4일 천안동남경찰서에 고발한 시 자동차등록사업소 박모(44)씨는 지난 3년 6개월 동안 주인이 바뀌는 중고차 1300여대의 차량기준가격을 변조했다.
박씨가 이 같은 수법으로 빼돌린 혈세는 2억9000만원. 여기에는 자동차 매매상과 등록대행업소들의 검은 손이 개입됐다.
박씨의 세금을 빼돌리기 수법은 지극히 간단하고 단순했지만 검증이 불가능했다. 전산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부여된 취득세의 금액을 줄이거나, 아예 차의 모델명을 바꿔치는 수법이 사용됐다. 실무자인 박씨에게는 전산과시스템의 관리자 코드가 있어 이 같은 범죄가 가능했다.
실제 에쿠스LZ 2007년형은 기준가 5788만원이지만, 박씨는 에쿠스LS 2006년형 2230만원으로 바꿔쳐 95만6270원의 납부세액으로 27만7900원을 낮췄다.
차량형식을 바꾸지 않고 아예 기준가액만을 고쳐 세금을 챙긴 경우도 있었다. 그랜저XG 1999년식은 정상 기준가격이 2409만원이지만 1609만원으로 바꿔졌고, 혈세 3만3600만원이 사라졌다.
이같은 사실을 알길이 없는 소비자들은 중고차 매매상이나 등록업체에 정상적인 세금을 대납해주도록 대행시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됐다.
박씨는 신차에서는 이 같은 세금도둑질이 어렵자 중고차만을 노렸다.
꼬리를 잡히지 않은 범행은 최근 납세자가 자신이 납부한 세금과 다르다며 이의를 제기해 감사를 받으면서 막을 내렸다.
기능직 인사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기능 8급인 박씨는 2009년 1월부터 시 차량등록사업소에서 등록업무를 맡았지만 3년 6개월 동안 자리이동을 하지 않았다.
행정직 공무원은 부정을 예방하기 위해 민원부서 근무자를 1~2년마다 순환 보직하는 관례가 기능직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개선대책이 요구된다.
천안=맹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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