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호 대전시개발위원회 사무처장, 행정학박사 |
국토 면적이 10만㎢로 세계 순위가 110위 내외인 조그마한 나라가, 세계 최대 무역거상 대열에 올라선 것을 보고 세계 각국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광복 직후인 1946년 무역액은 고작 6400만달러, 1974년 100억달러를 돌파했는데 그것도 농산물과 광산물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무역 규모가 1000억달러를 넘어선 뒤 불과 23년 만에 이룬 성과다. 그러나 경제대국이 되었다고 해서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까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지난 5월 OECD에서 창설 50주년 기념으로 조사한 나라별 행복지수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34개 나라 중 24위라고 한다. 이 수치에서 보더라도 아직 우리나라는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의식개선이 선행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즉 '시민리더십'을 키워 나가야 한다. 시민리더십은 시대적ㆍ지역적ㆍ개인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나타내며,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시민의식이라고도 했고, 지역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지역사회개발이라는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정의들을 종합해 볼 때 시민리더십이란 '시민이 주인이 되어 이끌어가는 민주사회에서 꼭 필요한 역량'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그 근저에는 정직, 독서, 양성평등, 자원봉사, 문화의식 등과 같은 인간관계의 아름다움을 원천으로 깔고 있다.
또한 행복감의 주요 방해요소인 현대의 생활패턴도 개선돼야 한다. 지금의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와 인터넷 및 스마트폰 확대는 긍정적인 면도 많이 있겠지만 마음을 터놓고 오순도순 정감을 나누는 인간관계를 방해하는 생활수단이 되었다. 사람간 소통보다는 고개를 푹 숙이고 휴대폰과 소통한다. 가족이 앉은 밥상에서, 버스안에서, 침대에서도 모두가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인간의 소통이 중지된 사회로 내몰리고 있다. 인간관계가 소원해져 삶의 질을 방해하는 작금의 상황을 볼때 시민리더십은 우리사회에 정말로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다. 행복감은 경제력에서도 나올 수 있겠지만 인간관계에서 나온다고 한다. 조지 베일런트 하버드대 의과대학 교수는 하버드대 2학년생 268명의 생애를 72년간 추적 조사해 하버드 공부벌레들의 인생보고서 '행복의 조건'을 내놓았다. 수재들의 삶을 행복과 불행으로 갈라서게 한 요인이 무엇인지를 집중 분석했는데 그것은 바로 지적인 뛰어남이나 계급이 아니라 '따뜻한 인간관계' 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도층들이나 다수의 국민들은 아직도 경제중심의 사고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경제력과 삶의 질을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다. 삶의 질을 높이고 함께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공을 들여야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다. 그러한 수단이 바로 따뜻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시민리더십이라고 본다. 정책당국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의 활동방향도 시민리더십 함양을 위한 교육기반을 어떻게 구축할 것이며, 관련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걱정하여 시민의 삶의 질 제고와 행복감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라는 이야기를 선진국으로부터 듣고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