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유등천에서 익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유등천에 운동을 나온 시민들이 물놀이 금지 경고 안내문을 보며 산책을 하고 있다. 손인중 기자 dlswnd98@ |
3일 대전 서구 복수동의 유등천을 찾았다. 이곳은 전날 10대 2명이 익사체로 발견된 곳이다. 또 지난해 8월께 70대 노인이 다슬기를 잡다가 이곳에서 물에 빠져 숨지기도 했다.
오전 10시께 찾아간 사건현장.
외견상 수심이 깊어보이지 않았지만 물색이 탁해 실제론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인근의 징검다리에서는 동네주민들이 빠른 물살 사이로 위태롭게 건너고 있었다. 또 일부 노인들이 다슬기와 물고기를 채집하는 지 바지를 걷어올리며 물가에 들어가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복수동 일원의 유등천변에는 수심이 깊어 수영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곳곳에 있었지만 이들은 상관없다는 듯 행동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정희(62)씨는 “낮 시간에는 여러 사람이 다슬기 등을 잡으려고 물가에 들어간다”며 “간혹 밤에도 물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행위는 매우 위험천만한 행위다.
이곳에서는 바로 전날 사람으로 보이는 물체가 물에 떠있다는 주민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에 의해 김모(10)군의 사체가 인양됐다.
김군은 지난 1일 같은 교회에 다니는 권모(14)군과 물고기를 잡는다며 집을 나섰다가 밤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아 미귀가자로 경찰에 신고된 상태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권군 역시 변을 당했을 것으로 추정하며 수색작업을 벌였다. 수색개시 4시간여만인 오후 9시 15분께 유등천 복수교 방향 징검다리 인근에서 권군이 발견됐다. 현장에 동행한 남부소방서 김기문 구조팀장(49)은 “유등천의 지형을 얕봐선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물속 곳곳에 급경사와 파인 곳들이 있어 수심이 깊은 곳은 2~3m에 달한다.
사체가 인양된 지점 인근의 징검다리와 하상보호공 설치 장소 주변에서는 실제 발목 높이이던 수심이 급작스럽게 깊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고 표지판 외에 별다른 안전 장치가 없어 상황 판단력이 약한 어린 아이들에게는 특히나 위험천만한 장소가 될 수 있다.
또 사건이 일어난 곳은 사람이 빠져도 빠른 유속과 곳곳에서 부딪히는 물소리에 묻히기 쉽고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의 시야에서도 비껴나기 쉬운 장소였다.
한 주민은 “몇 발자국 차이로 수위가 갑작스럽게 높아지는데 징검다리를 설치해 놓은 것이 이해가지 않는다”며 “바로 위에 다리가 있는 만큼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징검다리를 없애고 하상을 평탄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여름철을 맞아 천변을 찾는 주민들이 많은데 안전한 물놀이 시설이 아닌 곳에서 물놀이는 삼가고, 어린 아이들의 경우 절대 혼자서 물가에 나가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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