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충청출신 국회의장이 탄생했다. 충청이 대한민국정치의 중심으로 자리하는 모습속에 지역민의 기대감도 크다. 강창희 국회의장으로부터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소감과 역할, 국회 운영방안등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8년만에 복귀한 국회에서 국회의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국회의원들과 함께 국민의 뜻을 높이 받들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19대 국회를 만드는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우리 정치가 이번에는 변하고 있고 또 반드시 변할 것이라는 희망을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64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충청권에서 국회의장이 됐다. 지역민과 본인에게 의미가 남다를텐테.
▲오늘이 있기까지 성원하고 지지해주신 대전, 충청 지역민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충청권 최초 국회의장에 대한 충청인 의 기대가 크리라 생각한다.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충청의 품격과 권위를 잃지 않는 국회의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충청 지역민들이 보내준 성원에 보답하겠다.
-19대 국회는 어떤 국회가 되어야 하나.
▲정치가 정말 위기에 처해있고 이제 더 이상의 변명과 구실은 통하지 않는다. 저를 포함한 모든 정치인들이 통렬하게 반성해야 하고 말이 아니라 하나씩 구체적으로 실천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 국가발전과 민생안정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다수당은 대승적으로 양보하고 소수당은 비판적으로 협력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기 바란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데는 아직 두 가지가 많이 부족하다고 보는데 대화와 타협의 문화와 신뢰의 가치다. 우리는 지난 선거과정에서 국민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제발 싸우지 마라”는 분도 계셨다. 또 “부정부패를 하지마라”는 얘기도 있었다.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는 충고도 많이 받았다.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많이 부끄러웠고 죄송한 마음이었다. 다시는 이런 말을 듣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을 많이 했다.
-국회의장의 권한이 축소된 것 같은데 이부분에 대한 견해는.
▲국가 서열 2위이자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의 권한은 크게 국회 대표권, 의사정리권, 질서유지권, 사무감독권 등 4가지로 나뉜다. 국회의장은 대외적으로 국회를 대표하고 대내외적으로 국회 통일성과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통합ㆍ조정자 역할을 담당한다. 또 모든 국회 의사와 효력은 국회의장의 명의로 이뤄지며, 의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무 업무에 대해서도 최고결재권을 가진다.
국회의장이 행사할 수 있는 입법 권한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을 정부에 넘기는 데, 이 법률안을 대통령이 5일 이내 공포하지 않으면 국회의장 임의로 법을 공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 등을 국회에 출석시킬 수 있다.
18대 국회는 그 마지막 결실로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19대 국회를 개원하는데 무려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의장으로서 참으로 면목이 없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용서를 구한다.
우리 정치가 정말 위기에 처해있다. 이제 더 이상의 변명과 구실은 통하지 않는다. 저를 포함한 모든 정치인들이 통렬하게 반성해야하고. 말이 아니라 하나씩 구체적으로 실천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쌓아 가야한다.
바뀐 국회법에서는 직권상정의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있을 경우로 제한했다.
이 밖의 상황에선 각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있어야만 직권상정이 가능하다. 이는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한 의원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간제한 없이 무제한 토론할 수 있도록 한 필리버스터 제도와 함께 '식물국회' 가능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제도 중 하나다.
국회의장에 쏠리는 정치권의 관심과는 달리 대다수 국민은 국회의장의 기초적인 업무에 대해서만 알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제도ㆍ정치적 권한과 위상에 대해선 관심이 별로 없다.
-올해로 헌정 64주년을 맞는데.
▲우리는 올해로 헌정 64주년을 맞이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헌정사는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도전의 역사이며 성공의 역사다. 우리는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였고 또 지켜냈다. 선배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1948년, 대한민국 성공역사의 첫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으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 우리는 민주화를 이루었다. 이제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상식이 되었고 지방자치도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우리는 우리 헌정사가 이룬 도전과 성공의 역사를 더 꽃피우고 후세에게 계승해야할 의무가 있다.
우리가 선배님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내듯이 우리 또한 후배들로 부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물려준 선배로 평가받기를 기대한다. 2차대전 이후 일본과 아일랜드 두 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했고, 세번째로 선진국에 진입할 나라로 대한민국을 꼽는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데는 아직 두 가지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대화와 타협의 문화이고 하나는 신뢰가치다. 이 두 가지가 이루어진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로부터 존중받는 나라가 되고 우리 국민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국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국내외 정치환경과 경제환경이 불안정하고 우리는 12월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정권교체기를 맞고 있으며, 또 중동의 정세도 많이 불안하다. 한ㆍ미 FTA가 발효되고, 한ㆍ중ㆍ일 FTA가 추진되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외부환경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 재정위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역학구도도 크게 변하고 있고 우리의 서해가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동북아의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남북관계의 돌파구는 보이지 않다. 6자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했으며 전문가들은 3대세습이 불안정해질수록 한반도의 안보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나라 안의 사회경제적 환경도 결코 만만치 않다.
산업구조의 전환기를 맞았지만 아직 이렇다할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양극화로 서민들의 삶이 많이 어렵다. 청년실업문제는 인내의 한계점에 달했으며, 국가부채와 공공부채, 지방정부의 부채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수많은 난제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19대 국회는 여야가 민생국회라고들 하는데.
▲ 국민들은 우리 국회가 민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어렵게 살고 있는 서민들이 마음을 붙이고 의지할 수 있는 희망의 언덕이 되어주기를 염원할 것이다. 여와 야가 치열하게 토론하고 경쟁하지만 국가공동체의 이익 앞에서는 언제나 하나가 되는 든든한 국회를 기대 할 것이다.
첫째, 서민의 삶을 챙기고 나라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민생이 곧 민심이다. 꿈꾸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미래가 있다. 민생현장의 절실한 요구를 법안과 정책, 그리고 예산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반영해야하고 10년, 20년 뒤 우리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한다. 그리고 사회적인 약자를 보호하고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데 힘을 모아주고 사회각계의 지혜를 국회로 모으고 밤을 새워 토론하며 정부를 앞에서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둘째, 국회가 준법의 전당이 되고 국회의원은 시민의 모범이 되어야한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법치국가가 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여야합의로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다. 의원들이 더 높은 책임감을 갖고 국회선진화법을 꼭 성공시켜 주시기를 당부한다.
셋째, 국회가 국민 통합과 민족 통일의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 지역갈등과 대립은 점차 완화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 계층, 세대, 이념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데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때 이것만은 지킨 의장이라고 평가받고 싶은 부분은.
▲헌법과 법률을 지키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선 국회의장, 민생을 챙기고 사회적인 약자를 보호하고 도와주는 국회상을 정립한 국회의장이 되고싶다.
품격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민의를 잘 헤아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국회를 만들어 자랑스러운 국회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서울=김재수 기자 kjs0328@
<강창희 국회의장은?>
강창희 의장은 대전중, 대전고, 육사를 졸업했으며, 육군대 교수 재직 제5공화국 출범을 앞두고 육군 중령으로 예편, 민주정의당 창당에 참여한 후 11대 전국구 의원직을 승계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2대와 14~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4ㆍ11 총선에서 대전 중구에 출마해 6선에 성공했다. DJP연합으로 출범한 국민의 정부 초기 자민련(자유민주연합) 몫으로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다.
2001년 자민련 부총재를 지낼 당시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을 빌려 원내교섭단체를 만들기로 한 김종필 총재의 '의원 꿔주기'에 반발했다가 당에서 제명을 당할 정도로 원칙을 중요시하는 면도 있다. 한편으론 충남대 총장을 지낸 부친의 영향으로 원만하고 합리적인 성격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저서로 자전적 수필인 열정의 시대를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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