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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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주홍글씨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2-07-02 14:13
  • 신문게재 2012-07-03 20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김형태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김형태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주홍글씨' - 그 자체로서는 시적인 느낌이 드는 밝은 단어다. 그럼에도 왠지 이것이 불륜이라는 어두운 면을 묘사한 단어로서도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작가인 나다니엘 호손이 쓴 '주홍글씨'라는 소설이 주는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이미 160년 전 나다니엘 호손은 이 소설에서 진실한 사랑이 단지 불륜이라는 이유 때문에 가혹한 벌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영국인 의사의 아내였던 헤스더 프린은 그녀의 뒤를 따라 바로 미대륙으로 오겠다던 남편으로부터 2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을 받지 못한 채 홀로이 어렵게 살아가야 했다. 그런데 우연히 어떤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그의 사생아까지 낳게 된다.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청교도 정신이 지배했던 당시의 미국에서 불륜이란 사형에 처해질 정도로 무거운 죄였으나 2년 동안이나 남편을 기다리며 홀로 어렵게 살아왔다는 처지가 참작되어 낳은 아이와 함께 마을의 공개된 장소에서 3시간 서 있을 것과 그녀의 가슴에 주홍글씨로 쓴 'A'라는 글자를 평생 달고 다녀야 하는 형벌이 내려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형벌을 내리던 그 날 형 집행대에 오른 그녀에게 마을 지사는 젊은 목사 딤스데일에게 헤스더로 하여금 참회의 고백을 하도록 한 번 권해 보라는 것이었다. 참회의 고백이란 바로 그녀와 함께 죄를 범한 남자의 이름을 고백하도록 권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녀의 상대남자가 바로 젊은 목사 딤스데일이었으니 그에게 있어서 그녀에게 참회의 고백을 권하는 것은 바로 자신을 찌르는 죄악의 칼날과도 같은 것이었으리라. 그럼에도 그녀에게 상대남자를 고백하도록 요구하게 되고 그녀로부터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하게 된다. 지사는 더 나아가 만약 상대남자를 고백하면 주홍글씨의 형벌을 면해 주겠다고 하였지만 끝내 그녀는 고백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형벌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그녀의 남편이 나타나 그녀로 하여금 상대남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자백을 강요받게 되고 그 후 그녀의 남편은 집요하게 그 남자를 찾게 되는데 결국 젊은 목사 딤스데일 임을 알게 되면서 그에게 인간으로서 참기 힘든 정신적인 고통을 주고 절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에 가서 젊은 목사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지막 설교를 하고 불륜의 사실을 자백하면서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는 이야기다. 불륜의 문제는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되었고 인간의 역사가 끝나는 그 날까지 이어질 사회적인 문제일 것이다. 다만 그동안의 역사적 경험에서 알게 된 분명한 사실은 불륜에 형벌이라는 매스를 가하는 것은 이것이 사회적 정의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보복이라는 의미가 강하다는 것이며 따라서 형벌이라는 문제로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랑과 미움을 인간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다니엘 호손이 주홍글씨를 쓴 지 16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불륜은 벌을 받아야 하는 범죄행위인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집안 씨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필요성이 남아 있는 후진사회라는 의미일까?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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