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순흥 KAIST 해양시스템공학전공학과장 |
특허는 기술개발과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법률 장치로, 발명자에게 일정 기간 동안 배타적인 권리를 주는 행정행위를 말한다. 독점적인 권한과 큰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기에 특허에 대한 다툼도 많다. 특허는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용해 사업을 성공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 대박의 신화를 내는 바탕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삼성이나 애플처럼 경쟁기업을 거꾸러트리는 데 사용하는 무기가 되는 세상이다.
정부의 연구개발 자금으로 개발한 특허는 누가 소유해야 할까? 기업이 대학에 의뢰해 개발한 특허는 누구의 소유로 해야 할까? 어느 쪽에 권한을 주어야 그 기술이 사업화돼 지역발전이나 국가에 이익이 될까? 정부의 자금으로 개발한 특허는 정부가 소유하고, 기업의 자금으로 개발한 특허는 기업의 소유가 되는 것이 상거래의 원칙에 맞는 것 같아 보인다.
구두를 구입한 손님 A는 구두에 대한 소유권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또다른 손님 B에게 만들어준 구두가 손님 A에게 만들어준 구두와 비슷하다고 그 구두를 판매하지 못하게 한다면, 구두장사는 곤란해 지지 않을까? 특허는 이와 같이 돈을 주고 구매한 물건의 소유권과는 차이가 있다.
대학은 신성한 학문을 갈고 닦는 장소인데, 독점적 이권을 확보하려는 특허를 교수들이 직접 소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더구나 배타적으로 사용을 제한하는 특허는, 학문의 자유로운 교류에 걸림돌이 된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특허괴물(patent pirate)이 수집, 독점적인 권한을 획득하고, 그들의 이익을 위하여 악용한다면, 원천특허에 걸려 추가적인 연구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학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 특허를 확보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특허 제도는 유럽에 비해 앞서 있고, 그에 따라 실리콘밸리와 같은 벤처 활성화가 가능해 애플ㆍ페이스북ㆍ구글과 같은 새로운 거물 기업들이 출현하는 토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도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연구중심대학들이 출현하면서 특허에 대한 관심이 늘었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대학들이 특허의 출원을 금지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국민건강에 영향을 주는 의약 관련 특허는 윤리적인 관점에서 특허를 금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계속 늘어나는 정부연구자금에 의한 기술개발이 산업화로 연계되는 것이 미미하다고 판단해, 1980년에 바이-돌 법안(Bayh-Dole Act)을 만들어, 국가연구비로 개발된 특허의 소유권을 대학을 포함한 비영리기관이 소유하고 사업화하도록 했고, 이를 통해 특허와 기술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유럽의 국가들이나 일본도 2000년께 미국의 바이-돌 법안과 유사한 법안을 도입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07년에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권리 등에 관한 규정'을 통해 비영리기관의 국가 특허의 소유를 인정하고 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개발한 특허를 사업화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추가적인 자금의 투자가 필요한데, 국가가 소유한 특허는 그 관리나 사업화를 위한 활용도가 낮아 문제점으로 지적 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예산을 이용한 연구개발은 점점 그 범위와 규모가 커지고 있어, 이 결과로 얻어지는 지식을 후진 양성과 지식의 확대 재생산에 활용하는 대학 또는 정부출연연구소라는 비영리기관들에 축적해, 국가 특허라는 공공재산의 보관장소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기업과의 공동연구 결과도 기초기술에 해당하는 부분은 대학을 통해 다른 기업에게도 혜택이 돌아 갈 수 있도록 하고, 또한 학생들에게 전달이 되도록 하는 것이 국가적인 범위에서 이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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