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먼저 지난 2년 동안 대전시는 어떤 일을 했는가? 대전시가 해야 할 일은 대전이라는 도시의 특성과 강점을 살려가면서 미래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단순한 양적성장에서 벗어나 대전을 문화와 자연환경이 조화된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대전시가 펼친 주요시책을 보면 이와 상당히 동떨어진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다.
도시철도 2호선, 세계조리사대회, 엑스포 과학공원 재창조 사업, 의료관광 사업 등이 이에 해당된다. 도시철도 2호선은 후보 시절의 공약은 백지화되면서 노선, 건설방식, 기종과 관련하여 갈지자 행보를 하면서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과 지속적인 갈등을 불러왔다. 세계조리사대회 역시 왜, 무엇 때문에 대전에서 100억원이나 되는 시민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시민들이 많지 않았다. 과학공원 부지에 대규모 테마파크와 쇼핑시설이 들어서는 것도 과학도시 대전과 어울리지 않는다. 대전을 의료관광 도시로 키우겠다는 정책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시책의 하나다. 대전이 갖고 있는 과학기술이라는 경쟁적 우위요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고민과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다음으로 대전시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다. 인사 시스템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공적 가치의 실현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그러나 민선 5기 출범 이후에 대전 시티즌 사장, 문화산업진흥원장, 문화재단, 복지재단 등의 인사와 관련하여 끊임없는 잡음과 갈등이 불거져 나왔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시장 측근과 불투명한 인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시티즌 사장과 문화산업진흥원장에 대한 인사다. 그 사람만한 인재가 없다고 임명을 강행한 시티즌 사장은 결국 중도에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고 말았다. 파격적인 대우로 영입한 문화산업진흥원장은 최소한의 공인의식도 없이 개인 일을 하기 위해 근무시간까지 줄이는 편법을 자행하면서 아직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 최근에는 대전 상공회의소 부회장 자리에 그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염 시장 측근을 기용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지역 언론에 거론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대전 시정을 펼치면서 얼마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염 시장은 취임과 더불어 민관협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고, 반복하여 시민과의 소통과 공감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전도시철도 2호선 사업과 관련한 독선과 불통의 행정, 시민단체와 언론의 우려와 반발에 귀를 막고 강행한 산하기관장 인사, 유럽순방 이후 일방적으로 선언한 '익사이팅 대전'이라는 슬로건도 소통과 참여가 배제된 그들만의 구호였다. 대전시정에 대한 언론의 지적에 대해 잘못을 성찰하기 보다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행태에서 소통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칼럼에 불만이 있다고 하여 기자들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염 시장의 행동에서 공감의 모습은 실종되고 언론장악이라는 퇴행적 모습을 보게 한다.
민선 5기 대전 시정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반환점을 돌고 있다. 대전의 전략적 강점을 활용하여 미래 먹거리 창출과 연결시키려 하기 보다는 전시성 행사가 대부분이었다. 공적 논리에 입각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기 보다는 시장과의 개인적 인간관계가 중시되는 인사가 많이 있었다. 시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통과 참여보다는 독선과 불통의 모습을 보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남은 임기 동안에 대전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어울리는,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과정을 통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그러면서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 속에 대전 시정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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