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국 서예가 전 대전시의회 의장 |
그러나 막상 현재 우리나라 농촌을 눈여겨보면, 고단한 삶에 쫓겨 피폐해진 실상을 발견하게 된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농민 인구는 300만 이하고, 농민의 연령은 50대 이상이 무려 64.2%를 차지하며 평균연령은 63.7세로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 한다. 더구나 농축산물 판매에 의한 연간 농가소득이 1000만원 미만인 농가가 무려 65.4%에나 이르러 또 다른 88만원 세대의 빈곤하고 서글픈 단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농촌의 노령화와 노동력 부족은 농가 빈곤과 맞물려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OECD회원국 중 국민, 노인, 청소년 자살률 1위의 오명 속에 농촌 노인의 자살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농민이 씨가 마르지 말란 법이 없다. 우리나라는 수출 위주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위해 산업현장의 저임금 구조를 만들면서, 이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낮은 농산물가격 정책을 고수하여 농업을 희생시켜왔다고 전한다. 그 결과 지금 시장에서는 우리 농산물이 자취를 감춰버리고 원산지 불분명의 수입농산물이 넘쳐나는 심각한 먹거리의 위기상황이 초래되었다. 심지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식량 자급도는 25% 안팎으로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 한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이미 설득력을 잃었고, 수출에 의존한 경제성장은 오히려 한계에 봉착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이제는 공존, 공생을 위해 진정 무엇이 필요한 지 원점에서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최근 가난한 집 맏아들- 99%는 왜 가난한가?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혼자 대학가서 성공한 가난한 집 맏아들을 예로 들어, 맏아들이 나머지 가족에 대해 어떤 의무를 지는지에 대해 경제 원리로 따져 보았다고 한다. 이는 국가적인 특혜와 근로자, 농민 등 서민의 희생을 통해 현재의 부를 축적한 한국의 대기업과 산업계에 일종의 경종이 되어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필자도 가난한 집의 7남매 중 맏아들로 태어나 파란의 삶을 살아왔고 칠순을 넘긴 지금까지도 맏아들로서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개 필부도 이러할 진대, 하물며 대기업의 국민에 대한 사회적 의무와 도리의 막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세종대왕은 권농교본(勸農敎本, 1444년)에서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國以民爲本), 백성은 식량(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民以食爲天). 농업은 의식(衣食 입고 먹는 것)의 근원이므로 나라는 반드시 농업을 우선하여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 백 년의 세월이 흘러도 나라의 근본이 백성이라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국가를 지탱하고 기업의 부를 창출하는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건강문제가 정치ㆍ경제의 최우선 과제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농업이 안고 있는 절박한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장기적인 금융위기와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요즘, 정치와 경제계의 리더들은 세종대왕의 위의 말씀을 더욱 깊이 새겨주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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