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
300여명의 충남도민이 한자리에 모여 충남도의 전략사업이 무엇인지, 예산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결정을 한 충남도민정상회의는 젊은 충남도지사의 참여와 소통 정책의 상징이 되었다. 유성구의 동별 주민참여예산회의도 새로운 시도로 주목 받을 만하다. 마을마다 1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하여 주민 현안 사업이 무엇인지 제안하고 토론을 거쳐 사업 우선순위를 직접 결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형식적 주민참여예산 제도와는 차원이 다른 이 사업은 부천시와 제주도에 까지 파급되고 있다. 서울시 복지정책 수립을 위한 1000인 회의도 이루어진다. 1000명이 넘는 사람이 한자리서 토론하고 같이 결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민참여형 대규모 회의가 '사단법인 디모스'라는 청년사회적기업가 집단이 대규모 공공회의를 진행하는 소셜테크놀로지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참여와 소통을 통해 함께 미래를 창조하는 소셜테크놀로지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사단법인 디모스'는 소통을 돕는 기술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을 통합한 혁신적 디자인을 선보임으로써 '사회적 적정기술'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낙후 지역이라는 석교동에서 벌어지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스스로 즐겁고 행복하게 배우는 방과후 대안학교 '품앗이성장학교'도 놀랍다. 평범한 젊은 엄마들이 사교육의 선행학습을 거부하면서도 비싼 대안학교의 교육비 부담을 없애는 혁신적 대안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십시일반으로 출자금을 모아 교육장을 만들었고, 아이들끼리 자치적인 동아리 활동을 통해 동료효과와 네트워크감수성을 키우고 있다. 학부모회의를 통해 부모가 같이 배우는 품앗이성장학교는 새로운 교육대안 모델이라며 전국에서 그 비결을 배우러 찾아오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일자리를 만들면서도 아시아의 음식과 문화를 교류하는 다문화카페 '아이맛이야'(IMASIA), 로컬푸드와 사회적기업, 마을기업과 같은 착한기업의 물건과 서비스를 유통해주는 '품앗이생활협동조합'과 같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저지른 사람들도 바로 청년사회적기업가들이었다.
지금까지 소개한 청년사회적혁신기업들의 사례는 지난 1년간 풀뿌리사람들과 함께 고락을 해온 청년사회적기업가들의 이야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공기관과 기업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문제에 도전한 젊은이들이 여기에 있다. 단점을 장점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지역에 일자리가 없다고 떠나는 대신에 창업을 통해 자신의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문제까지 해결해나가려는 청년사회적기업가들의 도전에 대한 관심은 너무 부족하다.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소셜벤처기금도 없다. 영리적 측면(기업)과 함께 비영리적 측면(사회성)을 갖고 있는 청년소셜벤처들의 아이디어를 상시 접수 받고 숙성시켜 창업으로 안내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자치단체도 없다. 민간의 기업이지만 사회적문제를 해결하는 공공적 역할을 감당하는 새로운 공공, 청년사회적기업가가 우리들의 또 하나의 미래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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