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배 목원대 총장 |
그런데 얼마 전 필자가 읽었던 책에서는 이 조삼모사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원래 조삼모사의 우화는 장자의 제물론 편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장자가 이 우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만물은 도의 관점에서 보면 서로 통하는 일체'라는 점이라는 것이다. 원숭이가 하루 식량으로 먼저 세 개를 받든 네 개를 받든 총합은 결국 일곱 개이지 않은가, 인생을 하나의 전체로 보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삼모사에 대한 원자의 뜻이 어떠했든 간에 새로운 해석 역시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지금부터 32년 전 필자는 현재 총장으로 재직 중인 대학에 부임하였다. 벌써 30년의 세월이 흘러 패기와 꿈으로 가득했던 젊은 교수는 백발의 모습으로 매일 아침 교정을 들어서지만 요즈음은 새벽공기가 전해오는 계절의 변화에 더하여 지난 세월을 순간순간 느끼게 된다.
돌이켜보면 순간순간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였지만 그 모든 일들이 오늘 나의 모습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들이었다. 만약 그 모든 일에서 전체를 보지 못했더라면 기쁨과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곤경에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서양의 철학자 스피노자가 '울 필요도 없고 웃을 필요도 없다. 다만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을 때도 비슷한 심정이지 않았을까?
영국 투자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지난 18일에 발표한 '인구 고령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는 한국이 전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돼 2016년부터 노동인구가 줄어 2020년에는 유럽ㆍ일본보다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2045년에는 평균연령이 50세로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한다.
이러한 고령화의 경제적 효과나 사회적 비용에 관한 이야기는 논외로 하더라도, 인생을 준비하는 우리의 가치관이나 태도에 많은 변화가 필요한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개인적 의미에서 늘어난 인생주기에 맞추어 스스로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 일이 필요함은 부연의 필요가 없을 것이나 평생을 교육계에 몸담아 온 필자가 겪은 '조삼모사'의 경험은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대비해야 할 또 다른 화두를 떠올리게 된다. 삶의 대부분을 저출산과 고령사회에서 보내게 될 현재의 청소년들에게 전체로서의 인생은 기성세대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가게 될 것이다. 그들이 삶의 구성에서 변화된 사회를 통찰하고 개인적 책임에 대하여 깨어있는 자아(enlightened ego)를 가지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우리 사회의 발전은 어디에서도 보장받지 못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사회적 의미에서의 교육은 한 사회에서 의미 있는 삶을 구성해 가는 인간상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개인이 자신이 살아갈 미래 사회의 변화를 직시하고, 새로운 사회의 특성에 맞게 직업을 탐색하고 인생주기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적극적인 역할과 개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과거 산업화의 흐름을 반영했던 교육시스템은 관리 가능한 단위로 세분화된 지식전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고령화에 따른 사회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일상생활에서 전체를 보는 눈을 길러주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지난 학기 우리 대학에서는 새내기프로그램인 '다시, 봄'을 시작하였다.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교양교육이나 전공기초 교육이 아니라 입학시점을 기준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제대로 설계하고 준비할 수 있는 자아를 형성하고 대학생활과 인간관계에서의 적극적인 태도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변화된 모습에서 변화된 사회를 준비하는 교육의 희망을 발견하였다고 자부한다.
'다시, 봄'처럼 자기 확신을 통한 동기유발과 공동체의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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