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 |
이번 판결로 전국 기초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관련 조례를 만들지 않은 지자체는 문제 시비가 생기지 않도록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며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앞으로 제기될지 모를 소송에 대비 조례의 위법성 여부와 문제점을 점검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인천 부평과 경기 성남ㆍ부천, 전북 전주, 경남 창원, 강원 속초 등 일부지역의 대형마트들이 유사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어 소상공인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지자체 홈페이지 등에는 이를 둘러싼 누리꾼들의 다양한 의견도 올라오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것일 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취지는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는 점은 간과된 채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제 자체가 부당한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 게 문제다”, “서울행정법원의 대형마트 영업제한 위법 판결은 단지 절차상 하자만을 지적한 것이지 의무휴업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트윗을 썼다.
그런가 하면 “재래시장을 살리고 싶다면 주변에 대형마트를 인가해주면 안된다. 주변에 대형마트가 2~3개씩 있는데 재래시장 살린다고 한 달에 두번 강제 휴무시킨다고 살아날까? 어림도 없지 싶다”, “위생과 결제수단, 접근성, 주차문제 등을 해결해야지 시장에 지붕만 씌우고 바닥 깔아준다고 시장이 마트로 변신하나? 이건 어디까지나 소비 패턴의 변화지 독과점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위법성이 아닌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데 있다.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12조 2항을 보면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을 0시부터 오전 8시, 휴업일수는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로 제한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법상으로는 자치단체장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조례로 제정하면 대형마트와 SSM은 매월 1~2일 의무휴업을 해야 한다.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판결은 대형마트의 영업에 제한을 두는 등 지자체에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 '유통산업발전법'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다만, 강동구나 송파구 의회가 통과시킨 조례가 지자체장의 권한을 제한해 상위 법인 유통산업발전법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지자체장이 공익성을 판단하고 영업시간 제한 여부와 수준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강동구와 송파구의 조례는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과 평일 오전 0시~오전 8시 영업을 금지하고, 위반에 따른 과태료까지 명시함으로써 지자체장의 권한을 박탈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법원은 또 이들 지자체가 대형마트에 영업시간 제한과 관련된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았고, 의견 청취 절차도 거치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다행스럽게도 대전의 상황은 강동구나 송파구와 다르다. 대전 5개 자치구의 경우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 조례 제정을 다른 지자체보다 한 달 이상 늦게 시작한 데다, 의견수렴 과정 등 행정적인 절차를 충분히 이행함으로써 절차상 위법성이 제기될 가능성은 낮다. 강동구나 송파구와 같이 절차에 문제가 있는 지자체는 보완하면 된다.
그런 만큼 서울행정법원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영업제한에 대한 절차적 위법 판결이 미칠 파장은 소상공인들이 우려하는 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형마트나 SSM의 의무휴업으로 납품업체나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는다거나 고용 축소 등으로 예상치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의무휴업제가 대기업과 중소상인간 상생과 동반성장을 위한 길이라면 대기업은 이를 수용할 줄 아는 혜량(惠諒)이 필요하다. 작금(昨今) 우리사회의 화두는 상생(相生)과 공생(共生)이다.
상생과 공생은 누구하나가 독식하는 게 아니라 서로 나누어 가짐으로써 격차를 줄여 시장경제를 진화ㆍ발전시킨다. 상생과 공생을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보살피는 인간애, 공정하고 바른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 담보돼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이 같은 의식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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