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장우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 |
필자는 최근 학생들을 데리고 중국 하얼빈국제박람회에 참가하였는데 박람회기간 내내 한국관을 방문하는 참관객들로 인해 발디딜 틈도 없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부스는 한산한 모습이던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한국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고 한류의 영향력이 폭발적이라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부스를 방문한 현지인들의 대부분은 한국산 제품을 독점 취급하고자 하는 대리상들이었으며 대규모 수출거래 상담보다는 현장판매 성격이 강했다. 필자는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한국관에 전시된 제품의 대부분은 김, 화장품, 액세서리 등으로 저부가가치 제품들이었고 참가기업들도 현지시장을 체계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준비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중국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를 자세히 파악하여 상품명, 제품설명서, 제품포장, 색상 등이 현지 소비문화를 반영하는 체계적인 마케팅전략이 필요하다. 현재는 한류열풍 등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은 편이지만 앞으로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없다면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중국의 시장잠재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겠지만 이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외전시회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 참가해서 한국제품을 알리고 판매하는 것도 좋지만 이 보다는 유통업체들이 한발 앞서 현지에 유통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과 유통업체간 동반진출도 강화되어 수출저변이 크게 확대되는 효과를 수반할 것이다. 이번에 방문한 중국 흑룡강성은 러시아와 인접한 4200만명의 거대 인구를 가진 소비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유통기업의 진출은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월마트, 프랑스 까르푸 등 다국적 대형 유통업체와 세계적인 명품업체들이 수년전에 진출하여 확보한 거점을 확보하고 있었다. 우리 유통기업의 중국 진출이 더 늦어진다면 중국의 시장기회를 바라만 보는 구경꾼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이처럼 한ㆍ중 FTA는 중국시장에서 우리나라 유통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중국 유통산업 진출이 보다 용이해져 유통산업의 규모화를 통한 국제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고 중국에서의 글로벌 소싱을 통해 국내 소비자 편익과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국내 유통기업의 중국 진출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중국에 진출하는 우리 유통기업이 조기에 현지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전시와 충남도 등 지자체들도 수출시장개척 방법으로 해외시장개척단 파견과 해외전시회 참가 등 전통적인 방법에만 매달리지 말고 중국의 자매도시와 유통분야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모색하여 유통채널 확보를 통한 수출저변 확충에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중소 유통기업의 경영효율성 향상을 지원하고 강소 유통기업을 육성하여 이들을 중심으로 지역 중소 제조업체의 수출통로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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