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날궂이 - 비를 부르는 간절한 여심(女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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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날궂이 - 비를 부르는 간절한 여심(女心)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2-06-26 14:19
  • 신문게재 2012-06-27 21면
  •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요즈음 가뭄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04년만의 타는 가뭄이라 한다. 가뭄이 지속되면 생명줄인 논밭이 마르고 먹을거리가 사라진다. 심지어는 식수가 사라지고 아무리 산업사회, 지식정보화 사회라 하더라도 물없이는 한걸음도 나아갈 수가 없다. 그만큼 물은 소중했고 위정자들의 최대덕목은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였다.

극심한 가뭄에는 미신처럼 여겨졌던 기우제를 제왕도 올리기까지 하였다. 기우제에 대해서는 누구나 잘 알고 있고 잘 알려져 있지만 날궂이라는 의식에 대해서는 날궂이가 비상식적인 행위를 말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누군가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소란을 피우면 날궂이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날궂이의 진정한 의미는 전혀 다른데 있었다. 비를 부르는 간절한 여심이 담겨 있었다. 농경사회에서 논매기는 남정네들의 몫이었지만 밭매기는 여인네들의 몫이었다. 마찬가지로 날궂이는 여인네들의 몫이었다. 여인네들이 마지막 밭매기를 다 끝내면 호미씻이라는 의식을 행하였다.

이 호미씻이를 기점으로 해서 농한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때쯤 봄가뭄이 극심하였다. 이 봄가뭄을 극복하기 위하여 호미씻이를 끝낸 여인네들이 나섰다. 기우제는 남정네들의 의식이었기 때문에 남정네들이 기우제를 지내기전에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여인네들이 나선 것이 바로 날궂이였다. 궁극적으로 여인네들의 힘이 일상의 문제해결을 위해 유감없이 발휘되었던 것이다.

날궂이는 밭농사를 주로 하는 여성들이 밭농사 호미씻이를 하듯이 밭에 씨를 파종하는 시기에 봄가뭄이 심할 때 주로 수행하였다. 마을의 여성들이 냇가로 나가서 날궂이를 하였다. 여성들이 주로 쓰는 키를 가지고 키에 물을 까부르며 날궂이를 하는데 발가벗고 물속에 들어가기도 하였다. 마을에 따라서는 빗자루에 물을 먹여 하늘 높이 뿌리거나 바가지로 물을 뿌렸다. 더럽혀지거나 피묻은 속고쟁이를 냇가에서 빨아 나뭇가지 등에 걸기도 하고 솥뚜껑이나 바가지를 두드리며 괴성을 지르기도 하였다. 더럽혀진 물을 깨끗이 씻어 내려면 하늘이 비를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관념이 깃들어 있었다. 날궂이 이후에 비가 오지 않으면 본격적인 기우제를 준비하였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날궂이에 깃들어 있는 간절한 여심에 하느님도 감동하여서 비를 주셔서 절망하는 농심에 희망을 주셨으면 좋겠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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