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글로벌협력팀장 |
우리나라는 초기 연구개발 당시만 해도 선진 기술 추격형(Catch-up) 전략을 통한 기술모방 및 습득에 주력해 왔지만, 선진국의 견제와 개도국의 추격 탓에 한계에 봉착하게 됐다.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기술 선도형(Front-runner)전략이 필요해진 것이다. 또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도 모방적 R&D에서 벗어나 창의적 R&D에 기초한 탈추격형(Post Catch-up)기술혁신 패러다임을 전환, 국경을 넘는 글로벌 기술협력이 요구돼 대부분의 정부출연연구기관들도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최근 ETRI는 글로벌협력 전략을 바탕으로 주력국가(기술선진국)를 대상으로 한 선도기술 개발전략과 전략국가(기술 개도국)를 대상으로 한 시장창출을 꾀하고 있다.
미국ㆍ일본ㆍ독일처럼 전통적 기술 강국 주력국가들의 경우, 공동연구를 통한 새로운 기술 개발이나 표준화 활동을 통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제1의 목표다.
미국의 벨 랩(Bell Lab)과는 '차세대 코히어런트(next-generation coherent)' 즉 광통신분야에서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공동연구를 진행해 '100G급 광대역 광통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또 일본의 AIST(Institute of Advanced Industrial Science and Technology)와는 공동연구센터를 유치, 산업기술 강국인 일본과 기술협력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독일의 프라운호퍼(Fraunhofer)나 핀란드의 국가기술연구센터 VTT 등과도 지속적인 공동연구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첨단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유럽연합(EU) 연구개발사업(FP)과 우리나라도 참여 중인 'EU 공동연구 개발프로그램'인 EUREKA 등 유럽 다자간 R&D 네트워크에 참여해 유럽 국가들과의 기술적 네트워킹 및 표준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반면, 풍부한 인력과 시장 및 자원을 지닌 전략국가를 대상으로 한 전략은 이와는 다르다. 기술 및 정책 지원을 통해 현지 기술 인프라 구축과 기술역량을 재고, 잠재적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것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ETRI는 이러한 전략국의 주요 공직자들을 한국으로 초청, 짧게는 2주일에서 길게는 3개월까지 한국에 머물게 하며 ETRI의 기술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고, 관련 기술이전 기업체 방문을 통한 기술의 시장성을 도모하고 있다.
또 해당 국가와의 교류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의 ICT 중장기계획 수립을 위한 컨설팅 지원 및 ETRI의 기술이 현지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몽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을 들 수 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국제우편 연계시스템'을 국내기업과 함께 사업에 참여하였고 카자흐스탄과 몽골에는 '우정현대화 사업'에 국내 기술이전 기업의 참여를 지원했다.
ETRI는 앞으로도 R&D 관련 글로벌협력 체계를 지속적으로 정비, 기술선진국과의 꾸준한 협력을 통해 첨단기술의 개발을 추진하고, 시장 및 자원을 가진 신흥국가와의 기술협력을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IT 국가대표'인 ETRI의 기술이 전 세계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기술이 전파되고 교류되면 K-팝 열풍으로 이어진 한류도 자연스레 IT 한류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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