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인의 대전도시공사 사장 |
1977년 뉴욕 대정전은 주변의 뉴저지주로 확산되지 않았다. 1965년의 대정전을 겪었던 전기회사들이 일단 정전이 발생하자 뉴욕과 뉴저지주를 연결하는 송전선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뉴욕시민들은 강건너 뉴저지의 고층아파트의 환하게 밝혀진 조명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일본처럼 철저한 준비와 안전의식이 생활화 된 나라도 대정전은 피할 수 없어서 1987년 7월 도쿄에서 발생한 정전으로 280만가구가 전기 없는 하루를 보내야 했다. 작년 동일본 대지진 때는 이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정전피해가 발생했고 지역에 따라서는 장기간 정전이 지속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 뿐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선진국들도 심심치않게 대정전이 발생하면서 국민불편과 산업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정전이라는 큰 혼란 앞에서 뉴욕시민들과 도쿄시민들이 보여준 모습은 천양지차였는데 뉴욕에서는 주방위군까지 투입해 수천명을 체포하며 치안을 유지했지만 도쿄는 차분한 가운데 시민들의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나라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작년 9월15일 갑작스런 정전이 전국적으로 발생했고 사회는 큰 혼란을 겪었다. 급기야 정부가 사과를 하고 해당부서 장관이 경질되기까지 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이룩한 발전의 상당부분은 전기와 연관이 있어 일단 정전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피해가 확산된다. 일상생활에서 겪어야 하는 불편이 여간이 아니겠지만 국방이나 산업의 피해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신도시 개발이나 주택건설이 주사업인 대전도시공사가 신규프로젝트를 시작할 땐 전기의 안정적인 전기공급을 설계단계부터 꼼꼼하게 따지고 유관기관과 수시로 의견을 조율해 나간다. 식수는 최악의 경우 마트에서 돈주고 살 수도 있고 한두시간 단수가 심각한 상황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전기는 대체수단이 전혀 없고 순간적인 정전도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어 늘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개발사업을 담당하는 필자의 회사에는 당연히 전기를 전공한 전문가들이 여러명 근무하고 있다.
전기란 것이 물이나 공기와 같아서 평소에는 그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다가도 정전이 발생하면 불편을 비로소 깨닫는다. 올여름은 특히 전기수요가 늘어나면서 자칫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이든 아끼는 것이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나같은 세대와는 달리 소비가 미덕인 풍족한 세상을 사는 젊은 세대에게 전기를 아끼자는 호소는 그다지 감수성 높은 구호가 아닌 듯하다.
실제로 지난주 민방위훈련을 대신해서 실시했던 정전대비훈련 당시 전국적으로 8%의 소비전력 감소가 있었다고 한다. 남의 나라 예를 들어 미안하지만 일본은 작년 대지진 직후에 원자력발전소가 일제히 가동을 멈추면서 평소보다 21%의 전력생산이 감소했음에도 시민들의 참여와 협조 속에 무난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한다.
올해는 100년만의 가뭄까지 겹치면서 때이른 무더위로 전력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일기예보처럼 전력예보가 뉴스를 마무리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전기만은 절약이 미덕인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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