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초대석]김준기 미술평론가,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대중매체를 이용한 예술로서의 미디어아트는 진화를 거듭했다. 그것은 새로운 기술로서의 뉴미디어의 발전과 동행했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 방식에 있어 기술적인 혁신은 새로운 매체를 만들어냈고, 그것은 또한 대중의 정보소통방식을 변화시켰다. 미디어아트는 미디어의 기술적 발전과 매스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변모해왔다. 그런데 동시대 예술은 이러한 미디어의 변화 속도를 따라 잡기에 매우 버거워하고 있다. 예술이라는 개념과 제도의 태생 자체가 근대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근대사회는 정보의 생산과 소비를 전문가와 대중의 것으로 완벽하게 이원화하고 있지만, 탈근대시대의 정보화 사회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물어트리고 있다. 예술은 인류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꿰뚫는 통찰력을 가지고 첨단의 의제를 생성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개인이자 집단의 사회적 소통기제였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자신의 지위와 역할을 아방가르드(Avant-Guard), 즉 전위라고 규정하고 맹렬하게 예술과 사회의 최전선에서 서기도 했다. 그러나 미디어의 변화는 문화민주주의의 시대를 열었고, 예술 전문가의 권능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은 문화민주주의의 척도다. 첨단의 디지털 카메라들은 포커싱은 물론 셔터의 속도와 감도를 척척 맞춰준다. 따라서 약간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나 훌륭한 사진을 얻는다. 게다가 포토샵의 보급으로 다양한 방식의 이미지 조작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를 견인한 것은 모든 정보를 0과 1의 세계로 환원하여 저장과 조작이 가능한 디지털의 세계가 열림으로써 가능해졌다. 영상의 출현은 그 이전까지 존재했던 그 어떠한 기록보다도 강렬하게 시간과 공간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시작했다. 영상 문화는 필름을 자르고 이어붙여 새로운 서사를 만드는 몽타주의 미학으로 영화라는 장르를 낳았으며,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본격적인 매스미디어의 시대를 열었다. 캠코더를 손에 잡은 대중은 홈비디오의 시대를 열어 영상문화의 근간을 뒤바꿔 놓았다. 인터넷의 출현은 세상의 모든 정보생산과 유통, 나아가 사용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으며 이로 인한 정보생산과 유통, 소비의 변화는 '제2의 미디어 시대'를 낳았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출현은 현대사회의 구조와 현대인의 일상을 재편하고 있다. 사진과 영상, 디지털과 인터넷과 같은 첨단문명의 이기를 총집결한 손안의 미디어, 스마트폰은 언제어디서든지 정보를 생산하고 발신하고 수신하며 재생산하고 공유하는 막강한 권능을 대중에게 부여했다. 스마트한 대중은 일방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이자 소비자며, 수신자이자 발신자다. 창작자이자 네트워커인 시민대중은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감성적으로 행동하는 예술적 소통의 주체로 등극했다. 정보양식의 변화에 따라 사회가 바뀌고 있고, 예술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이렇듯 스마트한 정보화시대의 대중에게 예술가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주고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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