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토크]바람난 자연, 술 먹는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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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토크]바람난 자연, 술 먹는 자연

  • 승인 2012-06-24 13:00
  • 신문게재 2012-06-25 21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적당할 땐 환경 적응력과 활력의 샘물이지만, 과도한 스트레스엔 장사 없다. 동물도 식물도, 생태계의 어떤 생명체도.

산책길에 본 풍경이 늘 아롱거린다. 솔방울만한 애완견이 자전거 뒤꽁무니에 대롱대롱 끌리다시피 쫓아간다. 왜 저리 열심인가 싶었더니 끈으로 묶여 있다. 주인의 만족을 위해 뛰는 그 개의 생체 상태는 '전투준비'로, 다른 비전투적 기능을 닫아 소화불량에라도 걸릴 것 같았다. 인간의 업무 스트레스 실험에 동원된 흰쥐의 스트레스, 무대에 오르기 전 '실수하면 맞는다'는 사전 경고성 철봉 찜질을 당하는 코끼리의 스트레스를 아는가.

식물에 감정이 있고 계란도 인식을 한다. 스트레스 앞에 장사 없다. 이 말은 동물과 식물에 준용할 수 있다. 잘 익은 과일 향기를 맡은 과일은 더 빨리 익는다. 짧지만 식물은 기억과 측은지심(벡스터 효과)이 있어 주변 생명체의 죽음에 격하게 반응한다. 천적 거미 등장에 식성이 표변하는 메뚜기의 포식자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에너지 밀도가 질소보다 큰 탄수화물 풀을 먹은 메뚜기 체내에는 탄소 성분이 쌓인다. 메뚜기의 스트레스가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다.

미꾸라지와 메기 사이의 긴장감을 '메기론(論)'이라며 경영의 철칙 대우를 하는데, 그도 조건이 정도껏 맞았을 때다. 스트레스가 심한 피지배층 원숭이 무리에서는 기름지고 달큰한 음식을 과식하는 습성이 관찰됐다. 초파리의 러브 스토리 또한 재미있다. 짝짓기에서 낙오된 수컷 초파리는 자신 몸무게의 배가 넘게 알코올을 과음한다. 실연 뒤 술에 쩌는 연속극 주인공을 설정하면 더 재미있다.

지난 주말 서울동물원의 청금강앵무가 새끼 2마리를 출산했다. 동물원 측은 회 바닥을 걷고 잔디를 깔아 올해 34종 111마리의 동물이 탄생했다며 반색이다. 스트레스를 줄여준 것이 주효했다. 걸프전이나 아프가니스탄전 참전 군인들의 정자 활동성이 감퇴됐다는 연구서가 생각난다. 전쟁뿐 아니라 개발과 성장은 생물에게 스트레스를 안긴다.

그러나 과하게 주지는 말아야 한다. 다음주면 뜨는 세종시를 놓고 얘기하자. 9부2처2청도 좋지만 삵, 너구리, 뜸부기, 호사도요, 흰목물떼새, 가시납지리, 돌마자 등 다양한 생물군을 내쳐서는 안 된다. 주말 그곳 장남평야에서 금개구리 공동조사가 있었는데, 스트레스 없는 서식 환경 조성의 밑작업이었길 바란다. 초려 선생 묘역 등 문화재적 가치, 습지공원 등 생태적 가치가 존중되는 도시, 기러기떼 도르래 도르래 날아오르는 충만한 하늘이 거기 새 행정도시에 펼쳐지길 꿈꿔본다.

인간사회처럼 자연 간수에도 과잉 친절보다 '적당한 무관심'이 미덕인 경우는 많다. 북미 글레이셔 국립공원 사례가 그렇다. 연어잡이에 나서는 새떼의 장관을 보려고 각국 관광객이 모이자 신이 난 당국은 연어를 늘린다며 곤쟁이를 잡아넣는다. 뜻밖에 곤쟁이는 연어 먹이인 플랑크톤을 먹어치운다. 당연스레 이 잘못된 친절에 연어는 눈에 띄게 줄었다.

금강의 나비를 보호하려면 공생관계인 개미도 살려 둬야 한다. 경영ㆍ문화ㆍ환경 마인드는 정치와 행정의 필수 덕목이다. 대전 '갑천습지'도 습지보호구역 지정으로 구속력 있는 개발의 한계를 설정함이 백번이고 옳다. 생산적 에너지의 원천인 자연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지 말자는 것. 오늘 '토크' 요지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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