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소녀 할아버지가 남긴 유산

  • 사람들
  • 뉴스

금발소녀 할아버지가 남긴 유산

한남대 캐서린씨 한국전쟁 참전국 추천학생 뽑혀 '유엔 장학금' 혜택

  • 승인 2012-06-21 18:37
  • 신문게재 2012-06-22 22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 한남대 사범대 앞 잔디밭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캐서린 가족<사진 앞줄 왼쪽부터 언니 제니퍼, 캐서린, 뒷줄 아버지 마리오 씨>
▲ 한남대 사범대 앞 잔디밭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캐서린 가족<사진 앞줄 왼쪽부터 언니 제니퍼, 캐서린, 뒷줄 아버지 마리오 씨>
“할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지킨 한국에서 공부를 해 꿈만 같아요. 하루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금발머리의 콜롬비아 여학생이 할아버지가 젊은날 생명을 바쳐 지킨 나라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콜롬비아 보고타 출신의 캐서린 루비아노그루트(20ㆍ하베리아나대 1학년)씨는 지난 3월 초 교환학생 신분으로 한남대 한국어학당을 다니면서 학부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올 초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았지만 집안의 한국과의 인연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할아버지 에드먼드 루비아노그루트(당시 34세) 육군 대위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5월 본국의 두번째 파견대에 편성돼 유엔 참전군으로 한국을 찾았다.

같은 해 9월 소령으로 진급한 에드먼드는 작전명 'Barbula', 'Dale', 'Old Baldy' 등의 작전에 투입돼 치열했던 전장을 누비고 다녔다.

에드먼드는 이듬해인 1953년 콜롬비아로 무사히 돌아가 계속해서 군인으로 복무했고 1969년 육군 소장으로 예편했다. 그는 생전에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했지만 1987년 69세로 생을 마감했다.

캐서린은 “아버지로부터 할아버지는 타고난 군인이셨다고 들었다”며 “할아버지는 아버지와 삼촌들 모두 군인이 된 걸 평생자랑스럽게 생각하셨대요”라고 말했다.

캐서린의 부친 마리오는 해군 대위로, 두 명의 삼촌은 각각 공군 소장과 공군 대령으로 예편했다.

캐서린이 한남대에서 공부를 하게 된 것은 이 대학이 만든 특별한 '한남 유엔장학금'이 있어 가능했다. 이 장학금은 한국전쟁 때 군사지원국과 의료지원국으로 참전한 21개 국가의 한국대사가 추천하는 학생중 매년 2명을 선발해 한국어학당에서 1년간 한국어 수업을 받게하고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통과한 뒤 학부생으로 입학하면 4년간 학비 전액을 지원한다.

한남대는 지난해 인도에서 온 아코마린(24ㆍ기계공학과 2년), 태국에서 온 차나칸막폰(21ㆍ국어국문과 1년) 등 2명에게 유엔장학금을 첫 지급했고 현재 오롱간 가드(필리핀)와 캐서린 등 총 4명이 '한남 유엔장학금' 혜택을 받아 공부중이다.

김형태 총장은 “유엔참전국의 후손들이 한남대에서 공부를 하도록 돕는 일은 국제사회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신뢰와 감사를 전하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배문숙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