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그날 못다 한 말에 대하여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중겸]그날 못다 한 말에 대하여

[논단]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승인 2012-06-21 14:20
  • 신문게재 2012-06-22 20면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아버지는 꿈에 종종 나타나신다. 미소 머금고 계신다. 말 없으시다. 넌지시 보시기만 하신다. 살아생전과 변함없으시다. 어머니는 자주 뵙지 못한다. 그런데 간밤 꿈에 오셨다.

5층인가에서 계단참에 서 계셨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건물이었다. 양손에 무슨 짐 잔뜩 들었다. 나를 부르셨다. 부랴부랴 달려갔다. 허겁지겁 받아들었다. 거기서 깼다.

아침에 충남경찰청 특강하러 가는데 그 꿈이 자꾸자꾸 되살아났다. 어머니가 무슨 얘기하시려고 그러시나.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고 늘 당부하시던 그 말씀 하시려던 참이셨는가. 차속에서 내내 부모생각에 젖었다. 아버지는 내가 스물넷일 때 운명하셨다. 어머니는 서른일곱일 때 작고하셨다. 7남매 키우시다 돌아가셨다. 자식걱정에 맘 편히 가시지 못했다.

내가 장남. 공무원생활 한답시고 돈하고는 담 쌓고 지냈다. 동생들 미국에 이민 보내놓고는 잘 살겠지 하며 살았다. 아버지ㆍ어머니가 지금도 제대로 눈감지 못하실 터이다. 그러신 어머니가 간밤에 또 꿈에 오신 이유는 무엇이었나. 아마도 그건 자식이 강의하러 간다니까 이를 일 있어서이리라. 아마도 그건 가족과 가정 지키기 아니겠는가.

사람 저마다 하는 일이 세상에 많기도 하다. 하지만 일들의 목적 중에 공통분모가 있다. 가족과 가정지키기다. 특히 경찰에게는 책무의 핵심이다. 경찰관직무의 철학이 거기에 있다.

경찰임무는 사건사고의 예방과 진압이다. 일어난 일 해결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일어나기 전에 막는 일에 정성들여야 하는 직업이다. 가해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범죄로 망가진다. 가족이 상처받고 가정이 파괴된다. 물론 피해자의 피해가 훨씬 크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한번 무너지면 복원은 불가능하다.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나는 요즘도 경찰을 아낀다. 순경의 모습에서 미리미리 지켜주려는 마음을 느낀다. 그 덕에 내가 편안하게 사는 거구나 한다. 그래서 폐되는 행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충남경찰은 단순히 교통법규위반이나 범인잡기에만 몰두하는 경찰이 아니다. 내 가족 지키듯 동네노인어른도 지키는 경찰이다. 가족과 가정 지키기를 최고 가치로 여긴다. 숭고하다.

이쯤에서 돈에 대해 말해야겠다. 경찰 퇴직 후 여섯 해를 기업 등에서 일했다. 공직에서는 월급 외에 뭐 있나. 그만 두고 나니까 이 일 저 일 맡게 됐다. 세배가 넘게 벌었다. 세금 등으로 4할은 나갔다. 그래도 많은 수입. 그렇다고 생활에 돈이 갑자기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라면이나 귤 사서 고생한다며 나눠주던 예전처럼 살 수 있어 좋았다. 많이 버는 만큼 많이 돕게 되어 좋았다. 갈 곳 없는 어린이들이 사는 시설을 지원했다. 대학에 장학금 냈다. 좋은 일 하는 단체의 부족한 자금을 보충했다. 어디를 가든 격려했다.

공무원 때보다 더 버는 돈을 더 좋은 일에 썼다. 그래서인가 지금도 주위에서는 돈 많은 줄 안다. 그렇게 썼으니 남은 돈 있나. 이제는 연금이 전부다. 그래도 지금매우 행복하다.

고등학교 3학년 이맘때다. 아버지하고 함께 고향에 갔다. 마지막 논을 나락 100섬 받고 파는 날. 장손으로 입회했다. 그 시각 이후 집안에 논밭이 남지 않았다. 재산이란 그랬다. 아버지ㆍ어머니 선산에 모실 때 고향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 옛날에 김 씨 집 땅 밟지 않고 다니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논밭 단 한 평 없었다. 부의 실체였다. 공무원생활 초기에 많이 배웠다. 능수능란한 과장이 숙청당했다. 잘사는 국장이 교도소 갔다. 그래서 그렇게 됐나. 축적에 무심했다. 용인의 아파트가 재산의 전부다. 편하다.

충남경찰이 자랑스럽다. 손 더럽히지 않아서다. 단돈 몇 푼에 나 팔아넘기는 인생은 비참하다. 가족 지킴이가 가정 풍비박산 자초하면 어디 쓰겠나. 그러지 않아야 좋은 충남경찰이다. 경찰이 욕먹는 이유는 뻔하다. 가정지키에 소홀해서다. 범법자를 다루는 직업인이 범법행위를 해서다. 믿고 맡겼는데 그 믿음을 배신해서다. 충남경찰이야 어디 그러겠는가. 믿는다.

어머니 짐 속에 꿈 있었다. 가족과 가정의 수호. 경찰의 꿈과 같다. 경찰의 행복은 그 꿈 실현 돕는 행동에 있다. 당신도 행복해지는 동행이 kimjoongkyoum@hanmail.net에서 기다린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바이오 특화단지 27일 발표… "대전시가 최적지"
  2. 여신도 성폭행혐의 JMS 정명석 7월 마지막 공판 예고
  3. 故 대전용산초 교사 순직 인정… 유족 "우려했는데 다행" 교사노조 "눈물로 환영"
  4. 대전지방보훈청, 6·25전쟁 제74주년 기념행사 참석
  5. 대전전투 개시 전 중구 침산동 잠입한 인민군, "세천고개 어디냐"
  1. '가시밭길' 충남스마트축산단지… 좌초위기 극복할까
  2. 태민건설 윤태연 대표, '건설의 날' 기념식서 대통령 표창
  3. 대전교육청 '정명희미술관' 이관 논의… 교육기부 위축 우려
  4. 입법예고 조례 의견 제출이 스팸 메일? 대전교육계 3개 단체 "대전시의회 권위적 운영 규탄"
  5. 텅 빈 의원석…대전시의회 의장 선출 못하고 파행

헤드라인 뉴스


강등 위기에 지갑 연 대전하나시티즌… 순위 반등할까

강등 위기에 지갑 연 대전하나시티즌… 순위 반등할까

대전하나시티즌이 여름 이적시장을 맞아 폭풍 영입을 계속하고 있다. 강등권 탈출을 위해 예산을 대폭 투입하면서, 국가대표 출신에 이어 외국인 공격수까지 영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령탑부터 선수단까지 변화를 주면서 순위 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현재 대전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선수는 김문환, 천성훈, 박정인 등으로, 이들 모두 그동안 취약점으로 꼽혔던 공격력을 보강하기 위한 선택으로 꼽힌다. 김문환은 올해 3월 A매치 태국전까지 대표팀에서 27경기를 소화한 풀백으로, 과거 공격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강등 위기에 지갑 연 대전하나시티즌… 순위 반등할까
강등 위기에 지갑 연 대전하나시티즌… 순위 반등할까

대전하나시티즌이 여름 이적시장을 맞아 폭풍 영입을 계속하고 있다. 강등권 탈출을 위해 예산을 대폭 투입하면서, 국가대표 출신에 이어 외국인 공격수까지 영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령탑부터 선수단까지 변화를 주면서 순위 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현재 대전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선수는 김문환, 천성훈, 박정인 등으로, 이들 모두 그동안 취약점으로 꼽혔던 공격력을 보강하기 위한 선택으로 꼽힌다. 김문환은 올해 3월 A매치 태국전까지 대표팀에서 27경기를 소화한 풀백으로, 과거 공격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서구 대전 자치구 최초 영화관 다회용컵 촉진 "환경보호"
서구 대전 자치구 최초 영화관 다회용컵 촉진 "환경보호"

대전 서구가 대전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영화관 내 다회용컵 사용 촉진에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환경 정책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다른 자치구로 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 필요해 보인다. 구는 26일 오후 4시 구청 갑천누리실에서 CGV 탄방점과 '영화관 다회용컵사용촉진 업무협약'을 맺었다. 서구는 지난해 대전 자치구 중 유일하게 '다회용품 재사용 촉진 사업' 국비 2억 원을 지원을 받았다. 여기에 시·구비를 더해 모두 4억원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영화관은 일회용 종이컵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 중 하나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텅 빈 의원석…대전시의회 의장 선출 못하고 파행 텅 빈 의원석…대전시의회 의장 선출 못하고 파행

  • ‘최저임금 인상하라’ ‘최저임금 인상하라’

  • 정용래 유성구청장, 장마와 폭염대비 건설현장 안전점검 정용래 유성구청장, 장마와 폭염대비 건설현장 안전점검

  • ‘대형화재 사전 차단! 소방시설 점검 철저’ ‘대형화재 사전 차단! 소방시설 점검 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