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5층인가에서 계단참에 서 계셨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건물이었다. 양손에 무슨 짐 잔뜩 들었다. 나를 부르셨다. 부랴부랴 달려갔다. 허겁지겁 받아들었다. 거기서 깼다.
아침에 충남경찰청 특강하러 가는데 그 꿈이 자꾸자꾸 되살아났다. 어머니가 무슨 얘기하시려고 그러시나.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고 늘 당부하시던 그 말씀 하시려던 참이셨는가. 차속에서 내내 부모생각에 젖었다. 아버지는 내가 스물넷일 때 운명하셨다. 어머니는 서른일곱일 때 작고하셨다. 7남매 키우시다 돌아가셨다. 자식걱정에 맘 편히 가시지 못했다.
내가 장남. 공무원생활 한답시고 돈하고는 담 쌓고 지냈다. 동생들 미국에 이민 보내놓고는 잘 살겠지 하며 살았다. 아버지ㆍ어머니가 지금도 제대로 눈감지 못하실 터이다. 그러신 어머니가 간밤에 또 꿈에 오신 이유는 무엇이었나. 아마도 그건 자식이 강의하러 간다니까 이를 일 있어서이리라. 아마도 그건 가족과 가정 지키기 아니겠는가.
사람 저마다 하는 일이 세상에 많기도 하다. 하지만 일들의 목적 중에 공통분모가 있다. 가족과 가정지키기다. 특히 경찰에게는 책무의 핵심이다. 경찰관직무의 철학이 거기에 있다.
경찰임무는 사건사고의 예방과 진압이다. 일어난 일 해결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일어나기 전에 막는 일에 정성들여야 하는 직업이다. 가해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범죄로 망가진다. 가족이 상처받고 가정이 파괴된다. 물론 피해자의 피해가 훨씬 크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한번 무너지면 복원은 불가능하다.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나는 요즘도 경찰을 아낀다. 순경의 모습에서 미리미리 지켜주려는 마음을 느낀다. 그 덕에 내가 편안하게 사는 거구나 한다. 그래서 폐되는 행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충남경찰은 단순히 교통법규위반이나 범인잡기에만 몰두하는 경찰이 아니다. 내 가족 지키듯 동네노인어른도 지키는 경찰이다. 가족과 가정 지키기를 최고 가치로 여긴다. 숭고하다.
이쯤에서 돈에 대해 말해야겠다. 경찰 퇴직 후 여섯 해를 기업 등에서 일했다. 공직에서는 월급 외에 뭐 있나. 그만 두고 나니까 이 일 저 일 맡게 됐다. 세배가 넘게 벌었다. 세금 등으로 4할은 나갔다. 그래도 많은 수입. 그렇다고 생활에 돈이 갑자기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라면이나 귤 사서 고생한다며 나눠주던 예전처럼 살 수 있어 좋았다. 많이 버는 만큼 많이 돕게 되어 좋았다. 갈 곳 없는 어린이들이 사는 시설을 지원했다. 대학에 장학금 냈다. 좋은 일 하는 단체의 부족한 자금을 보충했다. 어디를 가든 격려했다.
공무원 때보다 더 버는 돈을 더 좋은 일에 썼다. 그래서인가 지금도 주위에서는 돈 많은 줄 안다. 그렇게 썼으니 남은 돈 있나. 이제는 연금이 전부다. 그래도 지금매우 행복하다.
고등학교 3학년 이맘때다. 아버지하고 함께 고향에 갔다. 마지막 논을 나락 100섬 받고 파는 날. 장손으로 입회했다. 그 시각 이후 집안에 논밭이 남지 않았다. 재산이란 그랬다. 아버지ㆍ어머니 선산에 모실 때 고향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 옛날에 김 씨 집 땅 밟지 않고 다니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논밭 단 한 평 없었다. 부의 실체였다. 공무원생활 초기에 많이 배웠다. 능수능란한 과장이 숙청당했다. 잘사는 국장이 교도소 갔다. 그래서 그렇게 됐나. 축적에 무심했다. 용인의 아파트가 재산의 전부다. 편하다.
충남경찰이 자랑스럽다. 손 더럽히지 않아서다. 단돈 몇 푼에 나 팔아넘기는 인생은 비참하다. 가족 지킴이가 가정 풍비박산 자초하면 어디 쓰겠나. 그러지 않아야 좋은 충남경찰이다. 경찰이 욕먹는 이유는 뻔하다. 가정지키에 소홀해서다. 범법자를 다루는 직업인이 범법행위를 해서다. 믿고 맡겼는데 그 믿음을 배신해서다. 충남경찰이야 어디 그러겠는가. 믿는다.
어머니 짐 속에 꿈 있었다. 가족과 가정의 수호. 경찰의 꿈과 같다. 경찰의 행복은 그 꿈 실현 돕는 행동에 있다. 당신도 행복해지는 동행이 kimjoongkyoum@hanmail.net에서 기다린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