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태 조각가ㆍ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이동훈미술상 운영위원장 |
한마디로 말해서 보는 이들 모두가 쾌재를 불렀다. 이렇게 신선하고 이렇게 진지하고 또 이렇게 건전할 수가 있는가. 그동안 심사했던 이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동훈미술상을 우리 대전에서 행사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등단할 젊은 수상자들을 생각할 때 대전미술의 앞날의 영광이 훤히 내다보이는 듯 싶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미술수준은 아시아에서 그 정상을 달리고 있다. 일본은 더 이상 진전을 멈춘 듯하고 중국은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았다. 인도미술이 서구미술을 받아 들인지 200년이 넘었지만 토착화하고 세계화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국의 현대미술은, 특히 젊은 작가들의 수준은 세계 어디에다 내놔도 부족함이 없다. 여기 특별상을 수상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뉴욕이나 파리에 옮겨 놓아도 하나도 부끄러움이 없다 하겠다. 패기 넘치는 대전의 젊은 작가들의 아름다운 작품들이 한밭의 공간을 수놓고 있다. 나는 속으로 내 고향 대전만세를 불렀다.
지금으로부터 꼭 65년 전 대전역 앞에는 미국공보원이 있었다. 거기에서 충청남북도 학생미술전람회가 열렸다. 주최는 미국공보원이 했지만 그것을 주관한 이가 이동훈 선생이었다. 당시 선생은 대전사범학교 미술교사였다. 각지에서 학생들이 출품하여 입선이나 특선을 했고 그들 중 상당수가 훗날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대전 땅에다 처음으로 미술이라는 씨앗이 뿌려진 것이다. 그이가 화가 이동훈 선생이었던 것이다.
그 분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전시가 이동훈미술상을 제정하였다. 그동안 10회에 걸쳐서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주최 측을 비롯해서 특히나 심사를 맡은 사람들로서는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다. 과연 상 받은 작가들의 작품이 어느 정도의 수준 인가하는 궁금함인데 그것이 이번 수상 작가들의 작품 전시로 말끔히 씻겼다. 왜냐하면 심사를 하는데 제출된 자료가 사진이었기 때문에 실제 그림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이 풀렸다. 이동훈미술상은 대전미술의 발전을 위해서 훌륭하게 기여를 하고 있다. 10년전 이 상을 만든 염홍철 시장의 혜안에 경의를 표한다.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기꺼이 맡아서 훌륭하게 정착시킨 중도일보사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더욱 멋있는 미술상으로 발전시켜 줄 것을 기대한다. 이번 특별전을 기획하고 애쓴 대전시립미술관 여러분들에게도 특별히 감사를 드린다.
이동훈 선생의 그림을 오랜만에 다시 볼 수가 있었다. 향토색 짙은 화면에는 밝고 고결한 인품, 그리고 사랑이 생명이 되어 넘치고 있었다. 예술의 발전은 엄격하고 냉정한 평가활동이 우선해야 한다. 평가활동이란 옳은 걸 옳다고 하고 좋은 것을 좋다고 하는 작업을 일러 하는 말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가치를 자리매김하는 일이다. 이동훈미술상운영위원회는 뜻한 바대로 좋은 예술가를 찾아 높이는 그런 일을 쉬지 않고 계속 잘해나갈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최고의 가치를 찾아 이 땅에 심고 가꾸며 이루는 작업이다. 철학자 야스퍼스가 일본 법륭사에 있는 백제의 목조 미륵반가상을 보고서 인간정신의 더할 수 없이 높은 이상의 구현이라고 극찬하였다. 소설 『25시』를 쓴 게오르규는 서울에 와서 '세상이 병들어 있을 때 시인의 마음은 아프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예술이란 종국에 가면 치유하는 일이며 평화구현을 향한 끝없는 도전인 것이다. 누구의 말이던가. '아름다움이 인류를 구원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