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의용 대전대 교수학습센터장 |
“교수님, 정직하게 살고도 성공할 수 있나요?”
20년 넘게 대학생을 가르쳐오면서 처음 받는 물음이었다. 평소 '정직하게 살라'고 강조한 적은 많지만, 막상 그렇게 살면 성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보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커닝은 육상경기에서 부정 출발과 다를 게 없다. 그러니 심판인 감독자는 매우 철저하게 부정을 가려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래서 성실하게 준비하는 것 외에 다른 요행수가 없다는 걸 깨닫게 해야 한다. 철저한 감독과 엄격한 처벌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수험생이 부정행위를 하는 데에는 다른 원인도 있다. 하나의 답을 외워서 써야 하는 필기시험-기억력이 부족한 학생은 부정행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렇게 해서 일단 '성공'(?)을 하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땀을 흘리려 하지 않는다. 이런 이들을 '불한당'(汗黨)이라 한다. 그러나 불한당들은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런 쉬운 방법을 몰라서 안 하는지를.
수험생이 커닝의 유혹에 빠지는 건, 그 '성공'을 '진짜 성공'으로 여기는 잘못된 가치관에 있다. 가정과 학교가 청소년들에게 부정행위를 하면서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 하지 않고 살아갈 것인지를 어렸을 때부터 명확히 가르쳐야 한다. 우리 교육은 전세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 공부를 시키지만, 대학 진학 외에 별 뚜렷한 교육 목적이 없다. 그래서 무감독 시험을 잘 지켜오고 있는 포항의 어느 대학 사례는 우리 교육에서는 한 줄기의 소망이다. 꽤 오래전, 아는 사람이 캐나다에 이민을 갔다. 이민을 가보니 불편한 것도 많지만, 좋은 것도 많다고 했다. 하나는 2차, 3차로 이어지는 퇴근 후의 술자리가 없어 가족과 저녁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는 점. 또 하나는 아이가 학교에 가서 '정직한 삶'을 날마다 배우고 온다는 점. 그것만으로도 고향에 대한 향수, 다른 언어와 문화에 대한 불편은 채우고도 남는다고 했다.
장 크레디앙이라는 사람은 캐나다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내면서 큰 업적을 남겼다. 그는 선천적으로 한쪽 귀를 먹고, 안면 근육 마비로 입이 비뚤어져 발음이 어눌했다. 선거 유세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저는 언어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디 인내심을 가지고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제 어눌한 발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제 생각과 의지를 들어주십시오.”
그때 반대파가 소리쳤다. “총리에게 언어장애가 있다는 건 치명적인 결점이오. 사퇴하시오.”
그러자 장 크레디앙은 어눌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말은 잘 못하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이 한 마디가 캐나다 국민의 마음을 세 차례나 움직였다.
공부는 잘 못 하더라도 부정행위는 하지 않는 걸 우리 학교가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 직장은 정직하게 일해야 승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유능한 게 아니라 부정행위임을 알려줘야 한다. 112에 신고한 내용 중 허위가 1년에 1만 건이나 된다고 한다. 정직은 신뢰의 기초다.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 많으면 감시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다. 우리 사회가 정직성만 자리를 잡아도 국민 소득이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여러분이라면 “정직하게 살고도 성공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 그 청년에게 어떻게 답해줄 것인가.
나는 “그렇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 말도 잊지 않았다. “그 대신 탁월한 실력도 겸비해야 해!”
그 학생이 꼭 성공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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