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훈 중문노인복지센터장, 전CBS상무 |
법이 현실에서 언제나 정의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은 정의의 실현을 제1의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독일의 법철학자 토마지우스(Thomasius)는 “법이란 외적인 평화를 위하여 정의로운 행위의 유무를 강제하는 명령”이라고 까지 했다.
정의롭고 공평해야 할 그 법은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력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에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는 엄정하고 모든 사람에게 평등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검찰이 수사한 사건들을 보면 법과 정의가 살아 있는 것인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
먼저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재조사 결과를 보자. 대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하고 3개월에 걸쳐 수사를 했지만 결과는 윗선 개입이 없었다는 것이고, 입막음용 돈의 출처 등 핵심적인 의혹들을 하나도 규명하지 못한 채 수사가 종결되었다. 민간인 불법사찰이 500여건이 있었지만 3건만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사즉생'의 각오로 수사하겠다던 검찰은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공분과 불신만 키우고 말았다. 오죽하면 수사결과 발표를 보고 야당에서 “청와대가 불법사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원숭이한테 법복을 입혀 놔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쏟아졌는데, 심부름센터에 의뢰한 것만도 못한 결과가 나왔다”고 원색적으로 검찰을 비난했겠는가.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문제 수사 결과는 더 참담하다. 토지 매입과정에서 수억 원을 국가가 더 부담하여 국고에 손실을 입혔다고 하면서도 관련자 모두를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였다. 특히 대통령 아들 명의의 토지 매입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큰데도 소환조사를 생략하고 서면조사로 대체했고,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니 8개월간의 긴 수사기간 동안 면죄부를 줄 고민만 해온 것인가? 왜 우리 검찰은 이렇게 권력 앞에 서면 무력하기만 한 것일까? 국민들이 발표대로 믿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권력을 견제해야 할 19대 국회는 아직 개원조차 못하고 있다. '의원 임기개시 후 7일 이내'에 개회하도록 명문화된 국회법을 법을 만든 입법부에서 안 지키고 있다. 국민들이 이번 국회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지루한 논쟁만 계속하고 있다.
국회는 정파싸움에 몰두하며 법을 안 지키고, 공권력은 법보다 청와대가 무서우니 국민들이 이를 보고 법은 안 지켜도 되며 법보다는 권력이 먼저라는 나쁜 인식이 확산되지 않을까 크게 염려된다.
법이 있어야 국가가 유지되고 국가가 있어야 법이 있다.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법이 정의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이는 반드시 척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한다. 잘 먹고 잘사는 나라가 선진국은 아니다. 정의와 공평이 강같이 흐르는 나라, 법을 만드는 자나 집행하는 자나 높은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갖고 실천하는 나라, 모든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법을 지키는 나라, 그런 나라가 이루어질 때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법학자 벤덤(Bentham)은 “법은 공동체의 행복 내지 즐거움을 증진시키고 고통을 감소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법을 생각하면서 우리사회에 법이 있어 국민이 즐겁고 행복한 날이 속히 오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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