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일본에서도 '두터운 중산층 복원을 위한 정책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유럽 각국의 선거에서도 중산층을 복원시켜야 한다고 후보들이 주창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진보와 보수진영에서 차기 대통령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동안 대부분의 잠재적 대선후보들이 강조하던 복지와 분배에 중산층 복원을 위한 정책을 보수진영 후보는 물론이고 진보진영 후보들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분배와 복지를 하려면 세금을 통한 재원 조달이 필수이고 세금을 낼 수 있는 중산층과 경제의 성장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근로자의 절반 이상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고소득층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상하더라도 후보들이 제시하는 복지를 위한 재원을 충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외환위기 이후 붕괴한 중산층을 복원시킬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선거의 득표율 측면에서도 진보후보가 이미 굳어진 보수층을 설득해 표를 끌어오는 것과 보수후보가 진보층을 끌어와서 득표율을 올리는 것보다는 중간층을 끌어오는 것이 훨씬 쉬운 득표 전략이다.
보수진영의 후보들은 물론이고 진보진영 후보 중 문재인 의원은 “성장과 분배를 하나로 보는 새로운 경제철학이 필요하다”며 성장과 분배의 동행과 선순환 관계를 강조했고, 손학규 후보는 '진보적 성장'을 내놓으며, “완전고용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하다”며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김두관 후보 역시 “정책 기조를 성장과 고용, 중산층 복원에 놓고 국민통합의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성장과 분배의 조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단순한 분배가 아니라 일자리와 긴밀히 연결되고 선순환되는 복지”라고 자신의 경제철학을 밝히고 있으며, 26일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출마 선언을 하는 정세균 의원은 '분수경제론'을 제안하면서, 대기업과 부자가 잘되면 혜택이 서민에 미친다는 이명박 정부의 '낙수 효과'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육성해서 서민ㆍ중산층이 분수처럼 고르게 치솟는 경제성장을 이뤄야 한다며 중산층의 복원을 통한 한국경제의 부활을 강조하고 있다.
외국과 국내의 모든 정치지도자들이 중산층의 부활을 정책으로 내세우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특히 한국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그리고 세계적으로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몰락한 중산층을 복원하는 것이 사회 안정과 번영의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이상적인 구조는 상층부와 하층부는 소수이고 중간층이 두터운 다이아몬드형이라고 주장하였다. 사회의 상층부는 경제적인 풍요와 정치적인 권력을 가진 기득권층으로 사회변화를 바라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렵고 정치적으로 힘을 갖고 있지 못한 하층부는 급격한 사회변혁을 추구하게 된다. 이를 중간에서 중재하면서 사회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면서 균형을 잡아주는 중간층이 두터워야하는데, 최근의 국내외 위기로 인해 이들이 붕괴되면서 사회가 안정되어 있지 못하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이들 중간층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어느 후보가 어떻게 중간층을 복원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실현가능한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구호는 대부분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었기 때문에 국민은 실현가능한 정책대안을 기대하고 있다. 어느 후보가 이런 실현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그것에 따라 이번 대통령선거도 당락이 좌우될 것이다. 많은 국민은 자그마한 자기 아파트에 중간 정도 크기의 자가용 그리고 안정된 직장을 갖고 가족들과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중산층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허황되고 거대한 공약(空約)을 제시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이러한 중산층을 많이 만들어 줄 수 있는 지도자가 이번에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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