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윤호 YK경영컨설팅 대표 백북스 사무국장 |
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 마치 종말론을 그려낸 것 같은 이 책의 제목은 참으로 자극적이다. 심지어 책을 여는 것조차 두렵기까지 하다. 그간 과학자들, 특히 우주과학자들의 책들은 보통 지금까지의 우주 역사를 기술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우주과학의 주된 탐색 분야는 137억년 빅뱅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밝혀내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부터가 기존의 우주과학자들이 선택한 내용과는 정반대인 것이다. 과학으로부터 듣는 종말론이랄까.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나이에 따라 느끼는 개인차가 있지만 '끝'이라는 단어를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우리 몸의 역사도 영원하지 않음을 확신하고 있다. 다만 오늘 우리의 시간은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간의 흔적을 애써 잊고 살아가는 순간 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인류를 포함한 생물들의 죽음부터 우주의 종말까지 거대한 범위의 내용을 한 책에 담아냈다. 수많은 과학적 사실과 함께 우리 우주가 맞이할 앞으로의 시나리오에 대해 기술한다. 이 책엔 우리 지구 생물뿐만 아니라 태양계를 넘어 전 우주의 종말을 아주 재미있게 기술하고 있지만, 독자들이 가장 흥미롭게 받아들일 만한 내용은 우리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의 죽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 |
하지만 이러한 죽음의 과정은 인류 역사에서 현재 살고 있는 우리들만이 느낄 수 있는 사치다. 사실 역사를 많이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의 수명과 죽음의 개념은 전혀 달라진다. 우리의 선조들은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이 목표였고, 지금과 같이 노화되는 것을 걱정할 겨를도 없었다. 선조들의 죽음은 대부분 질병이나 유아 사망 그리고 전쟁이었다. 인류의 수명이 급격히 늘어난 시기는 불을 사용하면서부터였는데, 불을 사용하여 고기를 익혀먹음으로서 수명의 주요 단축 요인이었던 기생충의 유입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특히 지난 200년간 사람의 평균 수명이 크게 늘었는데, 그것은 노인의 수명이 길어져서라기보다는 유아사망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와 필자가 죽을 확률은 얼마일까? 물론 100%일 것이다. 다만, 죽음을 맞이하는 이유가 다를 뿐이다.
이제 종말의 대상을 조금 더 넓혀 태양계를 바라보자. 아쉽게도 우리의 태양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영원하지 않다. 태양이 소멸되면 지구 생명체들이 살 수 없다는 것은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도 기술되어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태양계에 속해 있는 지구 생물들이 소멸될 수 있는 이유에는 단순히 태양의 수명 종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주는 너무나도 경이로운 존재다. 예를 들어 별이 죽으면서 방출하는 에너지는 우리의 태양이 살아 있는 동안 방출하는 총 에너지의 1000배에 가깝다. 이 엄청난 에너지가 감마선의 형태로 쏟아져 나오는데, 이는 무려 13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도 관측이 가능하다. 이 감마선 폭발은 하나의 은하에서 평균 10만 년당 한 번꼴로 일어나는데, 이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가히 살인적이다. 만약 1000광년 거리에서 일어난 감마선 폭발이 우리를 향해 날아온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이 죽는 이유도 다양하듯이 우주의 생물들이 그 진화의 역사를 마감하는 이유도 다양할 것이다.
저자는 우리 인간의 수명에서부터 지구 생물의 진화와 멸종 나아가 우주의 시작과 종말에 대해 다양한 과학적 사실과 추론에 근거하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물론 소설이었다면 비관적이거나 혹은 낙관적인 확실한 결론으로 끝을 맺었겠지만, 저자는 묵직한 주제를 다양한 과학적 이론들의 중심에 서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과학책이지만 우주에서의 우리의 존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철학을 던져주는 책이다.
송윤호 YK경영컨설팅 대표 백북스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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