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새 정부가 어찌 짜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세종시 부처 이전을 새 정부 출범 후로 미루자는 공론화가 시도되고 있다. 해수부나 정보미디어부 신설 등 어떤 조직개편 방향도 아직 구상에 지나지 않는다. 한낱 기대감이나 예상에 매달려 국가 정책이 종잡을 수 없이 끌려다니는 꼴이다.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이전하는 부처가 우선 차질 없이 이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세종시로 이전할 중앙행정기관은 일정에 맞춰 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이전하면 되는 것이다. 세종시에 이삿짐을 푼 지 얼마 후에 또 이삿짐을 쌀지 모른다는 막연한 미래에 근거해 일정을 늦추고 보자는 식이야말로 무책임한 자세다. 이전 지연으로 세종시의 안정적인 성장을 가로막고 혼선만 주는 것보다 큰 낭비와 손실은 없다.
정부 조직이 개편되면 주된 기관, 주무 부처를 기준으로 이전 여부를 결정하는 게 순리다. 해양수산부가 신설돼도 그 업무를 분장하는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의 조직이 세종시에 그대로 잔류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 기회에 경제수석 부처가 세종시를 개척해야 한다는 당초의 '선도 부처' 논리도 강화돼야 한다.
'원샷 이사'를 꼭 원한다면 이를 준용해 조직 변경 부처를 세종시에 둔다는 원칙을 세울 수도 있다고 본다. 차기 정부 조직 개편 방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느닷없는 '설'에 수정안 논란 등 백지화 악몽을 경험한 충청권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다른 이해득실을 겨냥한 군불 지피기가 아닌지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과학기술부의 부활, 기획재정부 분리 가능성, 금융위원회 기능 재정립 등은 중요하나 세종시 건설 사업을 미룰 만큼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금 협의할 것이 있다면 오히려 세종시에 청와대 집무실, 국회 분원 등을 설치하는 일이다. 정부 개편 방향이 어찌되든 자나깨나 서울 잔류를 바라는 일부의 희망에 편승해 단계별 세부 이전 작업에 차질을 빚지 않길 바란다. 이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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