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에서 손님을 태운 택시기사 김철수(가명)씨가 둔산을 향해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들어선다.
2교대의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김씨는 오전 7시 차에 올라 오후 7시까지 운행 후 동료에게 택시를 넘길 계획이다. 대전 법인택시의 51.7%가 1일 2교대 근무하고 있다.
김 씨의 택시는 운행 8시간이 지난 오후 3시께 주행거리 250㎞에 육박했다. 점심시간도 줄여 최대한 택시를 몰았지만, 법인택시가 하루 주행하는 평균거리 365㎞까지 아직 멀기만 하다. 또 웬만하면 역전이나 터미널 부근에서 손님을 기다려 주행거리를 줄여도 김씨가 주행한 거리 중 절반은 승객 없이 빈차로 운행하는 게 현실이다.
1회 평균 4.3㎞ 이동하는 승객을 47번 태우고 1일 평균 22만원의 수입이 미터기에 기록되지만, 사납금 10만원 남짓과 근로시간, 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김 씨의 지갑은 여전히 가볍다.
김 씨는 둔산에 승객을 하차하고 마침 빨간불이 들어온 유급계를 보며 지정 LPG주유소를 찾는다. 대전의 법인택시가 하루 운행할 때 평균 LPG 주유비는 6만3000원(1086원/ℓ기준)이다. 2000년 이후 택시요금은 4번 인상돼 총 인상률은 51% 수준이지만 같은 기간 버스요금의 총인상률은 76%, LPG 가격변동률 합계는 81%였다는 점에서 김씨는 주유소에 들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또 김 씨가 보기에 대전에서 택시기사로 살아가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느끼고 있다. 먼저, 택시 보유 대수가 40대 미만의 영세 법인이 너무 많다. 김 씨가 다니는 법인도 그렇지만, 대전 택시법인 76개의 평균 택시보유 대수는 44대다.
서울은 한 개의 택시법인이 평균 90대의 택시를 운행하고 전국 법인의 평균 택시 보유 규모도 77대 수준에 비해 대전의 택시법인은 가장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는 셈이다.
또 2010년 조사에서 대전에 택시는 8804대가 적정하다는 결과에도 현재 등록된 택시(장애인전용 콜택시 포함)는 모두 8859대에 이르는 상태다.
때문에 김 씨는 20일 동맹휴업에서 택시기사들의 현실이 세상에 알려져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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