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드문 시간, 월평공원을 안식처로 삼고 있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물을 찾아 갑천변에 내려선다. 천변의 너른 풀숲은 밤 사이 이들의 휴식처가 된다. 오갈 곳 없는 도심 한 가운데서 육상과 수상의 생태계가 어우러지는 이곳은 이들에게 천혜의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월평공원과 갑천습지는 대도심 안에서 다양한 육상과 수상 동ㆍ식물이 독립적인 생태계를 유지해 나가며, 도심 속 생태섬을 형성 하고 있는 지역이다.
▲천연기념물ㆍ멸종위기종 다수 서식=지난해 말 나온 '월평공원ㆍ갑천지역 생태ㆍ경관보전지역 및 습지호보지역 지정 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을 비롯해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인 낙지다리 등 14종 정도의 법적보호 동ㆍ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육상과 수상 생태계가 만나는 지역인 만큼 생물종도 다양하다.
식물상을 살펴보면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인 낙지다리와 쥐방울덩굴이 천변에 서식하고, 월평공원 계곡부에는 이삭귀개와 땅귀개가 자라는 등 이 일대에서 모두 94과 290종ㆍ2아종ㆍ52변종ㆍ2품종 등 346분류군의 식물상이 관찰됐다.
또 이 일대에서는 모두 11종의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고라니가 자주 출현하며, 두더지와 너구리ㆍ멧밭쥐ㆍ멧토끼ㆍ청설모ㆍ다람쥐ㆍ대륙족제비와 함께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종인 수달과 멸종위기 2급종인 삵이 살고 있다.
64종 1130개체에 달하는 조류도 확인된다. 이 중에는 6종의 법적보호종이 포함돼 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큰고니와 멸종위기종 말똥가리, 천연기념물 원앙ㆍ붉은배새매ㆍ황조롱이ㆍ솔부엉이가 이 일대에서 관찰됐다.
이와 함께 월평공원과 갑천습지에는 도룡농ㆍ두꺼비ㆍ북방산산개구리 등 4목 8과 15종의 양서ㆍ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와 남생이의 서식가능성도 예측되고 있다.
이곳에서 채집ㆍ관찰된 어류는 모두 31종으로, 이 중에는 천연기념물 미호종개가 포함돼 있다. 이 지역은 현재 미호종개의 유일한 자연서식지로 추정된다.
또한 월평공원과 갑천습지에서는 국제자연보존연맹 적색목록(IUCN Red List)에 속해 법적보호종으로 분류되는 큰주홍부전나비를 포함해 총 223종의 육상곤충이 관찰되고, 갑천 본류내에서는 66종의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이 조사됐다.
▲높은 습지 보전 가치=월평공원과 갑천의 습지보호지역 및 경관보전지역 지정 타당성 검토와 사후관리방안 수립을 위해 진행된 연구 용역에서는 이러한 자연ㆍ생태 환경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그 보전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월평공원ㆍ갑천 습지가 도심지 내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며 생물 종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고, 야생동물 서식처로써의 기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또 이 일대가 전체적으로 주변 산지와 경관의 조화로움을 이루고 있고, 습지 규모 등의 측면에서도 높은 가치가 부여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에서 갑천 습지는 습지 가치를 평가하는 36개 기준 항목의 평균 점수가 2.23으로 평가됐다. 이는 '수정 일반 기능 평가법(Modified Rapid Assessment Method)'에 의한 것으로 평균점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높음'으로 평가되는 2.4점에 조금 못 미치지만, 또 다른 가치 판단 기준인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이 다수 서식하고 있어 전반적인 평가에서 보전가치가 '높음'으로 평가됐다.
연구 용역에 참여한 최충식 대전충남시민환경연구소장은 “생태조사 결과 월평공원ㆍ갑천 일대의 보전가치는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종합적으로 검토 했을 때 갑천 습지부를 법적 보호지역인 습지보호지역으로 우선 지정하고 점차 보전지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이 지역의 생태계를 온전하게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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