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기 편집부국장 |
#(장면2) 대전의 한 유치원 정기발표회장. 유치원 원장이 발표회장을 찾아온 학부모들에게 노래, 악기연주 등을 자녀들이 발표할 때 사기진작을 위해 박수를 많이 쳐달라고 당부했다. 그렇지만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박수 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자 원장은 “저는 호남에서 살다 왔는데 충청도에 사는 분들은 박수에 너무 인색한 것 같네요. 매년 응원 박수를 부탁해도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라고 한마디 했다.
#(장면3) 충청 지자체가 주최한 축제 현장의 공연무대. 한 출연 가수가 관람객들에게 뼈 있는 인사말을 했다. “가수들이 출연을 꺼리는 곳이 충청지역이랍니다. 충청도 양반 분들이라 그런지 너무 반응이 없어요.”
#(장면4) 시민들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열리고 있는 대전시 주최 토요콘서트. 이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MC의 단골 멘트가 등장한다. “시민 여러분, 출연자들에게 박수 많이 보내 주시고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 대전시민의 공연관람 수준이 높다는 것을 보여 줍시다”
이상은 충청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관람 문화의 현 주소다. 과거에 비해 박수도 많이 나오고 호응도 높아졌지만 아직도 지역의 관람문화에 잔존한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충청주민들은 속내를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 기질때문에 각종 선거 때마다 당락을 맞히기가 힘들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한편으로는 주민들의 기질을 폄하하는 비아냥으로 들리기도 한다. 미지근한 지역 관람문화도 이같은 기질이 배어있기 때문이란 소리를 허투루만 들리진 않는다.
하지만 영ㆍ호남, 수도권 등 외지 출신이 충청 출신을 크게 상회하고 전체 시민의 과반을 넘는 대전시민에게 이를 대입해 해석하긴 곤란하다. 타 지역 출신들이 충청인 기질에 동화돼 나타난 현상이라면 모를까 말이다. 여하튼 지금까지 공연 관계자나 외지인들 눈에는 지역의 관람문화가 미지근하게 비춰졌던 것은 사실이다. 대전과 충청도에서 공연했던 가수 등 많은 출연자들이 지역주민들의 무덤덤한 관람 반응에 속이 타 들어갔다. 그런 이미지가 각인돼 연예계에선 충청도에서 박수받기가 가장 힘들다는 것은 전설이 돼 버렸다.
지역 관람문화를 둘러싼 이같은 부정적 시각은 지역 이미지를 훼손하는 하나의 요소다. 박수가 안나오면 지역 이미지 개선을 위해 '박수부대'가 동원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개선해 나가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민들은 각자 관람 자세를 되돌아 보고 공연과 경기를 볼 때 재미있게 즐기려는 자세를 가져 볼 필요가 있다. 체면은 떨쳐내고 박수를 보낼 때는 뜨겁게, 몸짓도 적극적으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출연자들이 관람객들의 반응에 놀랄 만큼 열정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 주자. 그래서 충청지역의 관람문화가 확 바뀌었다는 소리를 들어 봐야 하지 않겠는가.
관람할 때 박수부터 열심히 쳐 보자. 박수를 많이 치면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박수 칠 이유도 생겼다. 박수는 손의 기맥과 경혈을 부분적으로 자극해서 손과 연결된 내장 기관을 자극함으로써 갖가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나의 동작에 10~20초씩 지속해서 치면 더욱 좋단다.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불안하고 초조할 때는 박수 시간을 조금 더 늘리면 긴장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박수는 경기장에 나서거나 무대에 오른 출연자에겐 격려와 감사를 표하는 것이지만 우리 스스로의 변화 노력을 칭찬하는 격려의 박수이기도 하다.
충청권에는 '행복도시' 세종시가 출범한다. 대전은 살기좋고 행복한 도시로 손꼽힌다. 갑자기 영화의 한 장면에서 나오는 '행복하다면 박수를 쳐라'는 대사가 떠오는 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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